우리는 서로 당신
당신이 날 부르실 때
너라고 부르시면
내가 당신을 부를 때도
너라고 부를거야
당신이 나더러 당신이라 부르시면
나도 당신을 당신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아무리 당신이라 부른다 해도
우리는 모자람이 없고
하늘 끝에 가서 돌아보아도
우리는 틀림없는 당신이니까요
당신은 나의 당신
나는 당신의 당신
2018. 외지
2018. 기독문학 22호
2018. 창조문예
2018. 세계문학
2017.12.14 10:08
2017.12.15 09:05
L O L (재미로 )
목사와 여자
어떤 원로 목사가 아직 설교를 해본 적이 없는
젊은 목사에게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설교를 하다 보면 청중이 꾸벅꾸벅 졸 때가 있지.
그럴 땐 갑자기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는 거야.
'어젯밤에 저는 제 아내가 아닌
여자를 껴안았습니다'
라고 말이야.
그러면 신도들이 충격을 받아서 다 깨어나거든.
그러면 이렇게 설교를 계속하면 되네.
"그 여자는 바로 제 어머님이었습니다." 라고"
젊은 목사는 고참 목사의 가르침을 실습해보기로 작정했다.
다음 일요일 아침 드디어
설교를 시작했는데 과연 많은 사람들이 졸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여러분, 저는 어젯밤에 제 아내가
아닌 여자를 껴안았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깨어나서 그를 노려보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당황한 나머지 , 젊은 목사는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말했다.
↓
↓
↓
↓
↓
↓
↓
"아, 하느님, 그다음엔 어떻게 했는지
통 기억이 없습니다."
***********
2017.12.15 10:55
죽을 때까지/ 김영승
나는 이미
도립(倒立)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발길로 뚝뚝 치면
옆으로도 그러고
있다
아직
추워서 그런
것이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 기다리겠다 공부하겠다
하지말고
그것도 좋지만
죽을 때까지 일단 죽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밖에 생각은 다
잡념인데
생각은 잘 때나 하는 것
무슨 심사숙고며
天思 만려인가
생각은 잘 때나
죽을 때
잠깐 하면 된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나
다들 뭔가를
궁리(窮理)하는 거겠지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死刑직전도
다 그런 표정과 자세며
性交中에도 그렇다.
- 시집『흐린 날 미사일』 (나남, 2013)
..........................................................
일찍이 '나는 죽을 때까지 살지 않고 살 때까지 살겠다.'라는 말을 남긴 이는 시인 김영승이다. 그런 그가 여기에선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 기다리겠다 공부하겠다/ 하지 말고, 그것도 좋지만/ 죽을 때까지는 일단 죽어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죽음은 종점인가 완결인가. 아니면 그냥 무덤인가. 반가사유상은 이미 그 의미를 다 아는 듯 입가에 얇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인생의 무상과 번뇌를 깨닫고 깊은 사색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반가사유상이다. 그래서 반가사유상이란 '반가부좌의 자세로 생각에 잠긴 모습'이란 뜻이다. 번뇌의 모습은 슬픈 표정을 짓는 것 같으면서도 무상의 편안함이 깃들어있다.
고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의자에 앉아 눈은 살며시 감고 고개와 등을 약간 숙인 자세의 반가사유상은 사색하는 부처님으로서의 깊고 맑은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그리 슬픈 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미소 짓고 계신가 하고 바라보면 준엄한 기운이 입가에 간신히 흐르는 미소를 누르고 있어서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을 뼈저리게 해주는 것이 이 부처님의 미덕’이라 하였다. 이어서 ‘인자스럽다, 슬프다, 너그럽다, 슬기롭다 하는 어휘들이 모두 하나의 화음으로 빚어진 듯하다’고 표현했다.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하였는데, 반가사유상이야말로 불교를 나타내주는 상징적인 조각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중생제도란 큰 뜻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면 중생의 삶이란 쓸데없는 일에 목매는 ‘쫓김’의 연속이다. 절벽에 늘어진 다 썩어가는 한 가닥 칡 줄기를 잡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절벽 위 나무의 벌집에서 떨어지는 꿀의 단맛에 취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 중생의 일상이라는 것이다. 이 시는 이를 망각하며 사는 삶 속에서 이미 ‘생각’을 대신해준 반가사유상을 통해 다른 잡념은 떨치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맹렬한 권고처럼 들린다.
확실히 인생은 삶 쪽에서 보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되지만, 죽음 쪽에서 보면 하루하루 죽어오고 죽어가는 것이다.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둘러치나 메치나 그게 그것 아닌가. 그렇긴 해도 김영승의 이 화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성균관대 철학과를 나왔다는 사실과 연작시 ‘반성’으로 잘 알려진 시인이란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어느 평론가는 그에게서 천재시인 이상을 떠올린다고 했지만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가 한때 술독과 ‘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에 빠졌던 이력은 고스란히 시에도 투영된 듯 보인다. 그는 얼핏 ‘폐인’처럼 보였지만 언제나 스스로 아름답고 존엄했다.
그 이유가 이미 거꾸로 선 ‘반가사유상’의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생각은 잘 때 꿈에서나 하는 것이지 그 밖의 것은 모두 잡념이라고 한다. 죽을 때나 성교 중에 다른 상상을 하는 것은 무용하고 오히려 야비한 짓이기도 하다. 굳이 생각을 해야 한다면 오르가즘의 순간만큼 찡그리거나 얇은 미소를 짓는 아주 잠깐이면 된다고 했다. 그다운 언술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5회 불교문예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심사평에서 “시에 불교적 사유와 선적 비약을 통해 시의 형틀을 독특하게 재구성하는 특기와 장점을 가진 시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상은 제도의 통속과 허위를 까발린 ‘공적’일 것이며, 처절한 극빈과 고독의 대가이기도 했을 것이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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