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모성애 뇌반응 똑같다...

2004.02.24 03:24

박경숙 조회 수:176 추천:5

'사랑에 빠진 뇌' 촬영-분석

[동아일보]

《최근의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연인은 서로의 고통을 느낀다는 옛 격언이 사실로 드러났고, 여성의 아기사랑은 남편사랑과 다르지 않음이 밝혀졌다. 또 사랑하는 남녀의 뇌는 반응하는 부위가 서로 달랐다.

사랑에 빠진 뇌를 영상으로 찍어 연구한 결과를 만나보자.》

● 모성애와 로맨스의 공통 호르몬=뇌 활동만 보면 모성애와 로맨스라는 두 가지 사랑을 구별할 수 없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젊은 엄마의 뇌는 아기나 남편을 볼 때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이 연구는 과학전문지 ‘뉴로이미지’ 최신호에 실렸다.

영국 런던대 영상신경과학과의 안드레아스 바텔스 박사팀은 20명의 젊은 엄마에게 자기 아기와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흥미롭게도 촬영 결과 두 경우 모두 여성의 뇌가 반응하는 부위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발히 반응한 부위에는 도취감, 즐거움, 사랑 같은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인 옥시토신에 민감한 뇌세포가 포함됐다.

반면 부정적인 판단이나 비판적 생각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은 오히려 감소했다. 여성이 사랑스러운 아기의 잘못을 너그럽게 봐주듯이 사랑하는 남편의 잘못을 눈감아준다는 뜻이지 않을까.

또 영국 에든버러대 뇌전문가 가레스 렝 교수는 13일 런던에서 열린 ‘뇌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나’란 주제의 강연에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묶어주는 데 도움을 주는 옥시토신이 섹스 활동 중에도 뇌에서 다량 분비된다”고 밝혔다.

렝 교수팀은 목초지의 들쥐가 격렬한 짝짓기를 하는 동안 뇌에서 다량의 옥시토신을 분비한다는 북미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 뇌에서 연인의 고통 공감한다=런던대 신경학연구소의 타니아 싱어 박사팀은 단순히 자신의 연인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뇌의 고통 관련 부위가 반응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2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 16쌍을 실험에 참가시켰다. 남녀 한 쌍을 같은 방에 두고 여성을 fMRI 장치에 넣은 뒤 1초간의 전기충격이 여성 자신의 손등에 가해질 때와 연인 남성의 손등에 가해질 때 그 여성의 뇌를 관찰했다.

싱어 박사는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어떻게 공감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뇌영상기술을 최초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여성이 강한 전기충격을 받을 때 물리적이고 감정적인 고통에 반응한다고 알려진 뇌의 부위들이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놀랍게 연인 남성이 고통스러운 충격을 받을 때도 여성의 뇌는 자신이 고통받을 때와 같은 부위가 대부분 활발하게 반응했다. 단순히 연인의 고통을 보는 것만으로 여성은 감정이입의 반응을 일으켰던 것이다.

또 fMRI 촬영 후 설문조사에서 감정이입의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았다고 답했던 여성이 가장 활발한 뇌 활동을 보여줬다.

● 사랑하는 남녀의 뇌 활동 달라=남녀가 똑같이 사랑에 빠지더라도 남녀의 뇌 활동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1월 10일 국제신경과학회는 영국 럿거스대 헬렌 피셔 박사팀이 로맨틱한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 17쌍의 뇌를 fMRI로 촬영해 남녀 뇌 활동의 차이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의 뇌는 주로 보상이나 주목을 받으려는 심리와 관련된 부위의 활동이 두드러진 반면 남성의 뇌는 성적 자극, 시각 처리 부위의 활동이 활발했다.

연구팀은 사랑을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점을 밝혔다.

도파민은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물질. 사랑이 강렬할수록 이 부위의 활동이 더 활발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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