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고리

2004.05.27 16:29

박경숙 조회 수:131 추천:14

그는 길옆에 비를 맞으며 서있는 할머니를 지나칠 뻔 했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빛에도 할머니가 도움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할머니의 벤츠 자동차 앞에 멈추고 차에서 나왔다.

그 남자는 얼굴에 웃음을 지었지만 할머니는 걱정스러웠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차를 멈춘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사람이 혹시 나를 해치려고 이러나 생각했다.
그는 가난하고 배고파 보였으며 믿을만 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할머니가 추운데 비를 맞으며 길에 서 있었기 때문에
떨고 있는 것을 알았고 또 할머니의 기분도 알 수 있었다.
"할머니, 제가 도와 드리려 왔읍니다.
바깥보다는 따뜻한 차 속에서 기다리시지요."
"참, 제 이름은 브라이언이라고 합니다."

할머니의 차는 타이어를 바꿔야 했다.
장정에게는 이런 일이 별 것 아니지만
할머니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브라이언은 차밑으로 들어가 금방 타이어를 바꿀수 있었다.

마지막 나사를 조이고 있는데
할머니가 차 창문을 내리며 말을 했다.
쎄인트 루이스에서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라 했다.
할머니는 이렇게 와서 자기를 도와주어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해서 하고 또 했다.

그는 공구를 트렁크에 넣으면서 웃기만 했다.
할머니는 타이어를 바꿔주었으니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돈은 얼마든 상관없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미 그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생겼을
많은 일들을 상상했었다.

브라이언은 돈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이것은 단지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와준 것 뿐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필요로 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와 주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할머니에게 정말로 보상을 하고 싶으면
다음 번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도와 주고 자기를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는 할머니가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그날은 정말 춥고 음산한 날이었는데
그는 집으로 향하며 기분이 아주 좋았다.

몇 마일을 가다가 할머니는 자그마한 카페를 보았다.
집에까지 가려면 아직도 한참인데
추운 것도 없애고 요기도 좀 할 생각으로 그곳에 들어갔다.
그곳은 더러워 보이고 음침한 식당이었다.

식당 앞에는 두 개의 개스 펌프가 있었는데
정말 작동이 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낡았었다.
이런 광경은 할머니에게 전혀 생소한 것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계산기는 그런 골동품을 본 적이 없을 정도고
열고 닫는 소리마저 나다 안나다 할 정도로 낡았었다.
식당 주인 여자가 귀여운 웃음를 지으며
젖은 머리를 닦으라도 깨끗한 수건을 가져다 주었다.

할머니는 그 여자가 거의 8개월 만삭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도
조금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친절하게 대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나에게 이렇게 한결같이 해줄 수가 있을까 싶었다.
문득 할머니 머리에는 브라이언이 떠올랐다.

식사를 마치고 그여자가 100달러를 바꾸러 간 사이에
할머니는 문 밖으로 나갔다.
식당 주인이 잔돈을 거슬러 왔을 때는 할머니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할머니가 어디 있나 하고 두리번 거리던 그 여자는
나프킨에 무엇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밑에는 100달러 지폐가 4장 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나프킨에 써진 것을 읽는 그 여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당신은 내게 아무것도 빚진 것이 없습니다.
나도 그런 처지에 있었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어떤 사람이
지금 내가 당신을 도와주듯 나를 도와 주었습니다.
당신이 정말 내게 보답을 하고 싶으면
이 사랑의 고리가 당신에게서 끝나지 않게 하세요."

자, 상도 치워야 하고 설탕통도 채워야 하고
손님도 접대해야 하고....
그날 따라 손님이 많았다.
그러나 그여자는 또 하루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그 날 밤 집에와서 자려고 침대에 들어갔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지도 않게 생긴 돈과 그 할머니가 써 놓고 간 말이
자꾸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할머니는 우리 부부가 돈이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았을까?
다음달에 아기가 태어 나면 어려워 질 것인데....
그 여자는 남편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이 옆에 와서 눕자 그 여자는 남편에게 살짝 키스하고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모든게 다 잘 풀릴것 같아요.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브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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