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의 찐 사랑

2023.10.02 20:58

노기제 조회 수:17

20230222                                                      

                           영웅시대의 찐 사랑                                                        노기제

   반응 없는 짝사랑 하던 때가 그립다. 무얼 보고 어떻게 느꼈기에 가슴에 품게 되었던 걸까? 상대방이 나란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그의 어떠함에 끌리고, 빠지고, 흠뻑 젖어간다, 대부분은 그런 이유를 꺼낸다. 환상이거나, 착각이거나, 오해도 가끔 성분표에 숨겨져 있는 경우도 보았다. 순수한 마음을 소유한 이들에게서 보았을 거다. 대부분 일대일 연애 가능한 상대방끼리 따져보는 사랑 방정식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이건 다르다. 나만 혼자서 그가 좋다. 그가 나를 전혀 인지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나를 알릴 기회도 없었고, 그 앞에서 알짱거릴 수도 없이 대면할 찬스가 전무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연예인, 인기 있는 아티스트와 그를 흠모하는 팬의 관계가 그렇다. 정확한 숫자를 가늠할 수 없는 팬들 앞에 선, 단 한 사람의 아티스트에게 천둥 번개의 위력도 제압할 만한 환호와 함성과 기절할만한 열광을 쏟아 내는 하늘색 물결의 영웅시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모든 걸 내어놓는다. 지나간 내 청춘에 이런 느낌, 즉 모두 내어주어 사랑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르다. 내가 가진 것, 말만 해라. 다 네게 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 이루어 주리라. 하고 싶은 것 다 해라. 내 생명인들 무에 아까우리. 가수 임영웅을 향한 그의 팬들 영웅시대의 목소리다. 손주를 사랑하는 할머니 마음, 아들을 아끼는 엄마의 심정, 동생을 향한 누나의 보살핌, 뭐 그런 마음들이다. 요즘은 오빠부대로 칭할만한 남성 팬들이 늘어나서 형아의 마음, 아빠의 사랑, 궁디 팡팡 토닥여 주는 할아버지의 찐 애정 또한 보태지고 있다.

  넌 이미 우리들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않았나. 죽을병에 걸려 마지막을 향해 손가락을 접으며 지나던 나날들, 삶의 목표도, 살아야 할 이유도 다 잃고 표정 없이 간신히 숨만 쉬던 날들에 조용히 노래가 들리고 선한 얼굴에 잠잠히 미소지으며, 건강하고 행복 하시라고 소곤대는 평범한 한 마디가 우울했던 가슴을 뚫어준다. 급하지 않게 밝은 빛을 비춰 준다.

  내게 허락된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마음! 부모님을 향해 한번쯤 생각했을까? 배우자를 향해 살짝 계획인들 했을까? 자식을 향해 어쩜 생각은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생판 남의 자식, 그들에겐 완전히 타인인 아티스트 임영웅을 향해,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바로 영웅시대라고 감히 천명할 수 있다. 내가 보고 느낀 확실한 실상이다. 그냥 다 주려 한다.

  꺼지지 않는 불길이다. 한번 집혀진 불씨가 자칫 스러지기도 하련만, 3년을 계속 커진다. 타면서 그 불씨에 접촉되어 활활 타오르며 주위에 서성거리는 을씨년스런 마음들을 슬쩍 건드린다. 표시 안 나는 작은 위로가 되더니 급기야는 뜨겁게 포옹해주면서 완전한 온기를 부어준다. 이리와. 함께 따뜻함을 나누자. 소진되지 않는 불씨가 우리 곁에 있단다. 너도 느껴봐. 다단계 피라밋 현상처럼 급한 물살을 타고 늘어나는 영웅시대의 숫자다.

  짝사랑이 아님을 보게 된다. 누가 먼저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질 필요 없다. 지금 상태를 주시하면 임영웅을 향한 영웅시대의 마음은 이해하기 쉽다. 노래를 진짜 진짜 잘해서 내 마음 송두리째 빼앗긴다. 잘생겼다. 귀엽다. 뛰어난 기럭지가 정말 모델 같다. 가창력 죽여준다. 삼단 고음이 힘 안 들이고 지붕을 뚫는다. 매사에 진정성을 본다. 착하다. 순진하다. 축구도 잘한다. 심폐소생술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도 의리를 지킨다. 무명시절 함께 한 소속사를 절대 바꾸지 않는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 줄을 잇는다.

  나도 모르게 스며들게 되는 점들이라 영웅시대가 그를 사랑한다. 한편, 임영웅이 그렇기때문에 사랑한다는 이론이 성립되기 전에, 하늘색 물결을 이루는 영웅시대가 존재하게 되었다. 임영웅이 영웅시대에 찐으로 감사드리고 영웅시대를 전 우주에 충만한 별빛으로 추앙하며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기울여 소중하게 보답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짝사랑 아닌 주고받는 참사랑이다. 결론 내릴 수 있다. 임영웅은 그냥 노래가 좋아서 가수가 되었고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영웅시대가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사랑을 모으기 시작했고 힘을 합하기에 열정을 다하면서, 점점 거대한 임영웅 사랑이 모임 되어 나타난 것이다.

  역시, 세상을 향한 선망의 대상은 선하고 착함이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선한 인간, 착한 사람, 사랑스러운 인격을 지닌 인간이다. 목마른 대중들에게 가뭄에 살짝 비친 단비처럼 나타난 인간이 아티스트 임영웅. 그가 나타남에 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은 열광한다. 한순간의 거짓도 없다. 말이 쉽지 숨쉬는 순간순간이 온통 진실로만 채워지기엔 세상이 허락지 않는 현실이다. 그러나 임영웅은 그리 산다. 그래서 영웅시대가 그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그들에게선 진정한 사랑이 전해져 온다. 그리곤 물들인다. 세상에선 불가능이라 묻혔던 모든 순간의 참됨이 영웅시대와 임영웅 사이에서 싹이 트고 세상을 덮을 만큼 크게 번져가고 있다. 그래서 나도 참되고 진실되고 순전함에 이끌려 영웅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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