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기타 동호회

2024.10.07 12:21

노기제 조회 수:17

 

 

 

                                                         7080 기타 동호회

                                                                                            노기제

 

  열다섯, ! 한창 사랑이 기지개 펴는 나이. 세상이 온통 핑크로 물든 고운 색깔이다. 그렇듯 너의 품에 품겨진 칙칙한 색의 어떤 형태라도 곱게 바뀌면서 청춘이 되고 사랑이 되고 노래가 되어 행복이 피어난다. 여섯 개의 기타줄로 요술을 부려, 모인 하나하나의 가슴에 훈장 하나씩 달아 준다. 일주일 동안 삶의 전선에서 쌓인 스트레스로, 찌들고 널널해진 넋 놓은 육신들이 생기를 충전하고 밝은 미소를 장착해서 다시 삶으로 뛰어들 에너지를 나누어 주는 너,  7080 기타 동호회!

  음악이 좋아서, 가난한 주머니 털고 안사람 눈치 보며 단장님이 하나둘 준비한 장비들. 함께 힘을 보탤 회원들 모으기까지 숱한 날들 뒤척이던 시절이 자양분 되어, 이제 사춘기 열다섯 너, 7080 기타 동호회. 매주 목요일, 각자 자기만의 스토리를 쓰면서 일과를 마친 통기타 러버들이 기타 하나씩 둘러메고 모여든다.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초보들을 위한 작은 모임이 있다. 재능 기부로 수고하시는 선생님의 무료 클래스다. 7시부터는 그야말로 70년대 80년대에 20대를 지낸 세대들에게 익숙한 노래들 중심으로 각자 자신의 기타반주로 목청 높여 떼창을 하는 최고로 신나는 시간이다. 단장님이 리드하는 시간이라 내 노래 실력 눈치 볼 필요 없다. 그냥 함께 소리 높여 노래하는 시간이니 답답한 가슴들이 뻥 뻥 뚫린다.

  이어 간식시간엔 회원들간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예쁜 마음들이 오가는 귀한 시간도 있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 무얼 하는 사람인지 말하지 않아도, 그냥 목요일 하룻저녁 기타치며 노래하면서 환한 미소로 오가는 대화에 따스함이 흐르고 평안한 마음으로 힘들었던 하루를 녹여 버린다. 이어지는 시간엔 노래자랑. 진짜 가수 뺨칠 실력들이다.

  여기저기 각종 기타 동호회 모임들이 여럿 있었지만 7080처럼, 마이크 시스템이랑 녹음 장비들, 기타들을 갖춘 클럽은 내 주위에선 보이지 않는다.

  나이 열다섯이 되기까지 잘 견디고 성장해온 흔치 않은 동호회라서 더욱 귀하다. 이곳을 스쳐간 많은 회원들이 아직도 건강하게 엘에이 생활을 이어간다면, 한 번쯤 걸음 멈추고 추억을 돌려 볼 수도 있다. 놀라운 만남이 될 것 같다. 그 단장에 그 총무에 그 기타맨이 한결같이 앞에서 우리 모든 회원들을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격 따지지 않으니 누구든지 기타를 치고 싶은 사람, 노래하고 싶은 사람, 초보자도 두 팔 벌려 품어 준다는데 망설일 이유 없다. 한 달 회비 50불이면 빠듯한대로 살림 잘하는 총무님이 넉넉한 미소로 엄지 척. 이래서 내가 9년 차가 된거다. 성격 까탈스러워 어느 모임에든 길게 견디지 못했는데, 이번 15살 생일잔치 때 광란의 파티장으로 분위기 띄우면서 헤아려 보니 10년 회원 명단에서 아차 하나 빠진 9년 차라니. 영원하라 7080 기타 동호회여!

  이민 초년생의 서툰 일상 끝에 7일 중 하루만이라도, 영어 짧아 화통하게 마음 터놓지 못한 개척자의 답답함을 툴툴 털어 버릴 수 있다. 축 처진 어깨 다잡아 활짝 피면서 희망찬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7080 기타 동호회는 대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작은오빠 친구가 고물 다 된 기타 하나 있으니 원하면 갖고 가래서 후딱 들고 왔던 기타와의 상견례. 당시 김오현씨가 기타 강의를 했던 학원이 기억난다. 뭔가 칠판에 가득 그려 놓았던 것들이 코드였나보다. 도무지 이해 할 수도 없고 그걸 기타로 옮겨 손가락으로 여섯 줄을 누르며 소리를 내야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빠른 포기로 만나자마자 이별했던 기타. 몇십 년이 흘러 미국 이민 후 L.A.C.C.에서 여름방학 때 통기타 특별반이 있었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신명 나게 기타 치며 노래하던 클래스도 한 달 했나?

  여러 번 기회 될 때마다 강의 듣고 쫓아 다녀보아도, 연습 전무한 바쁜 직장인 생활로는 습득 불가했던, 나에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악기였다. 그랬던 기타를 이젠 코드 치며 노래하면서 즐기게 되었으니 7080 기타 동호회에서 얻어 낸 성과에 고마움마저 더해지며, 요즘은 기타와 함께 한층 행복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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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0 미주문학 가을호 수필

 

 

 

 

20240418 7080에서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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