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정일근의 경주남산
2008.01.08 09:44
정일근
노래- 경주남산
“ 그리운 그 노래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 월성
동쪽 용궁 남쪽 황룡사 구층목탑 그늘에 기대어 서서 그대는 노래를 들
려 주겠다 약속하였지만 아직 그 노래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탑도
사라지고 절과 사직도 사라져 고즈넉한 가을 절터와 당간지주만 남아
쓸쓸한데 돌 속에 묻혀서도 속절없이 천 년 신라 쪽으로 열려 있는 눈
과 귀, 그대 언제쯤 서라벌에서 부는 바람 편에 안부와 주소가 적힌 길
고 긴 사랑의 편지 보내주시겠습니까, 그 편지 받으면 비파암 지신 석가
께서 낮잠에 드는 봄날 오후, 바위 위에 벗어둔 가사 슬그머니 훔쳐
입고 그대 만나러 저잣거리로 내려가겠습니다. 내려가 그리운 그대
노래 한 소절만 들을 수 있다면 다시 돌 속에 잠겨 흘러갈 오랜 잠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 노래 허리에 띠로 감고 앉아 또 한 천 년 무작정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노래- 경주남산
“ 그리운 그 노래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 월성
동쪽 용궁 남쪽 황룡사 구층목탑 그늘에 기대어 서서 그대는 노래를 들
려 주겠다 약속하였지만 아직 그 노래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탑도
사라지고 절과 사직도 사라져 고즈넉한 가을 절터와 당간지주만 남아
쓸쓸한데 돌 속에 묻혀서도 속절없이 천 년 신라 쪽으로 열려 있는 눈
과 귀, 그대 언제쯤 서라벌에서 부는 바람 편에 안부와 주소가 적힌 길
고 긴 사랑의 편지 보내주시겠습니까, 그 편지 받으면 비파암 지신 석가
께서 낮잠에 드는 봄날 오후, 바위 위에 벗어둔 가사 슬그머니 훔쳐
입고 그대 만나러 저잣거리로 내려가겠습니다. 내려가 그리운 그대
노래 한 소절만 들을 수 있다면 다시 돌 속에 잠겨 흘러갈 오랜 잠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 노래 허리에 띠로 감고 앉아 또 한 천 년 무작정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 | 지금 이 아름답고 난해한 숲에는/임혜신 시집 해설 | 백인덕 | 2009.09.05 | 613 |
14 | 숲과 바다와 달과 향/임혜신 시 해설 | 김남석 | 2009.09.05 | 791 |
13 | 욕망없는 것들의 슬픈 여행/임혜신 시집 해설 | 정효구 | 2009.09.05 | 709 |
12 | 정일근 - 유배지에서 보내온 정약용의 편지 | 임혜신 | 2009.07.05 | 452 |
11 | 함께 읽고 싶은 시 -나희덕의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임혜신 | 2009.05.19 | 348 |
10 | 미국 현대시 속에 나타나는 엽기를 찾아서 -시와 반시- | 임혜신 | 2009.02.01 | 433 |
9 | 긍정적인 밥 /함민복 | 임혜신 | 2009.01.30 | 300 |
8 | 허수경의 [바다가], [안개와 해 사이] | 임혜신 | 2009.01.29 | 447 |
7 |
좋은 책-The Road (길) By CorMac McCarthy
![]() | 임혜신 | 2008.12.11 | 331 |
6 |
좋은 책 -눈먼자들의 도시 Blindness
![]() | 임혜신 | 2008.12.11 | 1740 |
5 | 함께 읽고 싶은 시 --[ 과수원] 박주택 | 임혜신 | 2008.12.04 | 474 |
4 | 함께 읽고 싶은 시- 황동규의 풍장 | 임혜신 | 2008.01.08 | 897 |
3 | 함께 일고 싶은 시- 정호승에 쓰레기통처럼 | 임혜신 | 2008.01.08 | 432 |
2 | 함께 읽고 싶은 시- 나희덕 의 어두워진다는 것 | 임혜신 | 2008.01.08 | 403 |
» | 함께 읽고 싶은 시- 정일근의 경주남산 | 임혜신 | 2008.01.08 | 5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