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5 11:42
감사가 머무는 자리
이희숙
아침 햇살에 맑은 이슬 머금은 잎사귀 흰 구름 피어오르는 비 개인 하늘가 옹알이하는 아가 품어주는 요람 지구 끝에 사는 친구를 위한 선물 상자 꾹꾹 눌러 쓴 편지와 사랑 담긴 카드 짙푸른 대화 걸어가는 정겨운 산책길 살그머니 놓여 있는 병실 앞 죽그릇 눈물 젖은 빵, 주름진 두 손 모은 식탁 손주가 구워낸 터키를 둘러싼 가족 겨울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매달린 나무 눈사람의 깨끗한 마음 지켜주는 하얀 눈밭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을 때 소소한 기쁨이 있다 잡아준 손의 온기,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울림을 준다 무너져 내린 막막함을 다시 일으킬 숨겨진 힘을 찾는다 막다른 골목에서 한 걸음 나가게 하는 샛문이 열린다 위협하는 전쟁의 경고음 속에서도 생명은 꿈틀거린다 위기를 직면하고도 넘으면 탈출구가 보인다 고통 가운데 있을지라도 평강의 물결을 붙잡게 된다 하루를 선물로 받을 때 모든 것엔 부족함이 없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이유가 있음이다
그 자리엔 감사가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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