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땅을 밟았지만
2008.06.14 17:54
북경 땅은 밟았지만
- 2008 중국 텐진 중한문학 포럼 참가기(4) -
김 학
중국이란 나라에 가보지 않는 사람도 그 나라가 가까운 이웃나라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줄 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반만년 동안이나 얽히고설킨 끈질긴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시간이면 중국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수업시간이면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또 때로는 통쾌한 기분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야 했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오랜 세월 우리나라와 중국은 바늘과 실처럼 깊은 관계였다고나 할까?
우리가 중국을 가깝게 여기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서당이나 학교에서 한자를 배울 때부터 그 한자가 중국문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자라면서 공자와 맹자 등 중국의 성현들의 이야기를 귀가 아프도록 들어야 했으며, 그 성현들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었다. 또 삼국지(三國志)나 수호지(水湖志), 금병매(金甁梅)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중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중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그처럼 핏줄 같은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진 관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중국방문은 ‘2008 중한문학 포럼’ 참가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5박 6일 동안 주로 베이징[北京]과 가까운 텐진([天津]에서 머물러야 했다. 일정표를 보니 넷째 날 베이징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곳에 가면 나의 대학후배인 진효철 군을 만날 수 있으려니 해서였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그 후배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었다. 내 수첩에도 그의 연락처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그렇다고 텐진에서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 알아보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국의 호텔에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면 찾을 수도 있으련만 내가 묵은 호텔에는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다면 몰라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10여 년 전 파리에 갔을 때였다. 시내 관광을 한 뒤 가이드가 쇼핑을 하라고 어느 백화점 앞에 내려놓았다. 이 유럽의 중심도시 파리에서 설마 나를 아는 사람이 있으랴 싶어 백화점 문턱에 걸터앉아 편안히 쉬고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전북 고창동리국악당 이창기 소장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얼마나 놀랍던지? 약속도 하지 않고 우연히 만난 것이어서 더 반가웠다. 살다보면 이런 우연이란 것도 있기는 있다.
텐진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쯤 달리니 올림픽 준비에 바쁜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닿았다. 행선지는 중국 현대문학관. 그 문학관은 아담한 2층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1층에는 파금(巴金), 노신(魯迅) 등 대표적인 7인의 중국현대작가들 방이 마련되어 있었고, 2층에는 중국 현대문학의 흐름이 요약되어 있었다. 수많은 중국의 현대작가 중에서 뽑힌 7인이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위대한 작가들이겠는가? 하지만 1층 한쪽에 7인 작가들의 방을 만들었지만 자료가 참으로 빈약하였다. 중국의 대표적 현대작가들이 독립가옥을 갖지 못하고 다세대주택에 세 들어 사는 것 같아 아쉬웠다. 순간 우후죽순 격으로 세워진 우리나라의 문학관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널려 있는 문학관들과 비교하니 중국현대문학관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대구에서 텐진으로 유학을 왔다는 가이드 김진경 양에게 중국고대문학관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고 했다. 내 고장 전북에는 남원의 혼불문학관, 군산의 채만식문학관, 고창의 미당문학관, 김제의 아리랑문학관, 전주의 최명희문학관 등이 세워져 있어서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부안의 신석정 문학관이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이 개인문학관들이 중국현대문학관에 비하면 겉모습이나 전시내용물들이 더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현대문학관 1층 벽면에는 파란만장한 중국의 현대사를 요약하여 벽화로 그려놓았는데 그것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현대 중국의 아픔이 그 좁은 벽면에 진솔하게 형상화되어 있었다. 중국현대문학관을 둘러 본 다음 자금성이나 천안문광장을 구경할 수 있으려니 한 나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오는 8월 올림픽을 치를 중국의 베이징은 아직도 건설공사가 한창인데 우리 일행은 겨우 중국현대문학관 땅만 밟아보고 다시 텐진으로 돌아가야 했다. 너무 아쉬운 베이징 방문이었다.
*김 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 등 수필집 9권, 수필평론집 <수필의 맛 수필의 멋>/펜문학상, 한국수필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동포문학상 본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주시예술상 등 다수 수상/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역임/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 2008 중국 텐진 중한문학 포럼 참가기(4) -
김 학
중국이란 나라에 가보지 않는 사람도 그 나라가 가까운 이웃나라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줄 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반만년 동안이나 얽히고설킨 끈질긴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시간이면 중국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수업시간이면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또 때로는 통쾌한 기분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야 했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오랜 세월 우리나라와 중국은 바늘과 실처럼 깊은 관계였다고나 할까?
우리가 중국을 가깝게 여기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서당이나 학교에서 한자를 배울 때부터 그 한자가 중국문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자라면서 공자와 맹자 등 중국의 성현들의 이야기를 귀가 아프도록 들어야 했으며, 그 성현들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었다. 또 삼국지(三國志)나 수호지(水湖志), 금병매(金甁梅)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중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중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그처럼 핏줄 같은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진 관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중국방문은 ‘2008 중한문학 포럼’ 참가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5박 6일 동안 주로 베이징[北京]과 가까운 텐진([天津]에서 머물러야 했다. 일정표를 보니 넷째 날 베이징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곳에 가면 나의 대학후배인 진효철 군을 만날 수 있으려니 해서였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그 후배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었다. 내 수첩에도 그의 연락처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그렇다고 텐진에서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 알아보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국의 호텔에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면 찾을 수도 있으련만 내가 묵은 호텔에는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다면 몰라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10여 년 전 파리에 갔을 때였다. 시내 관광을 한 뒤 가이드가 쇼핑을 하라고 어느 백화점 앞에 내려놓았다. 이 유럽의 중심도시 파리에서 설마 나를 아는 사람이 있으랴 싶어 백화점 문턱에 걸터앉아 편안히 쉬고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전북 고창동리국악당 이창기 소장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얼마나 놀랍던지? 약속도 하지 않고 우연히 만난 것이어서 더 반가웠다. 살다보면 이런 우연이란 것도 있기는 있다.
텐진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쯤 달리니 올림픽 준비에 바쁜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닿았다. 행선지는 중국 현대문학관. 그 문학관은 아담한 2층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1층에는 파금(巴金), 노신(魯迅) 등 대표적인 7인의 중국현대작가들 방이 마련되어 있었고, 2층에는 중국 현대문학의 흐름이 요약되어 있었다. 수많은 중국의 현대작가 중에서 뽑힌 7인이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위대한 작가들이겠는가? 하지만 1층 한쪽에 7인 작가들의 방을 만들었지만 자료가 참으로 빈약하였다. 중국의 대표적 현대작가들이 독립가옥을 갖지 못하고 다세대주택에 세 들어 사는 것 같아 아쉬웠다. 순간 우후죽순 격으로 세워진 우리나라의 문학관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널려 있는 문학관들과 비교하니 중국현대문학관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대구에서 텐진으로 유학을 왔다는 가이드 김진경 양에게 중국고대문학관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고 했다. 내 고장 전북에는 남원의 혼불문학관, 군산의 채만식문학관, 고창의 미당문학관, 김제의 아리랑문학관, 전주의 최명희문학관 등이 세워져 있어서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부안의 신석정 문학관이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이 개인문학관들이 중국현대문학관에 비하면 겉모습이나 전시내용물들이 더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현대문학관 1층 벽면에는 파란만장한 중국의 현대사를 요약하여 벽화로 그려놓았는데 그것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현대 중국의 아픔이 그 좁은 벽면에 진솔하게 형상화되어 있었다. 중국현대문학관을 둘러 본 다음 자금성이나 천안문광장을 구경할 수 있으려니 한 나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오는 8월 올림픽을 치를 중국의 베이징은 아직도 건설공사가 한창인데 우리 일행은 겨우 중국현대문학관 땅만 밟아보고 다시 텐진으로 돌아가야 했다. 너무 아쉬운 베이징 방문이었다.
*김 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 등 수필집 9권, 수필평론집 <수필의 맛 수필의 멋>/펜문학상, 한국수필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동포문학상 본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주시예술상 등 다수 수상/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역임/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654 | 북극권을 찾아서(1) | 김호택 | 2008.06.16 | 744 |
| 653 |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 오명순 | 2008.06.15 | 749 |
| » | 북경땅을 밟았지만 | 김학 | 2008.06.14 | 809 |
| 651 | 촛불 | 김길남 | 2008.06.14 | 746 |
| 650 | 돌려 씹던 껌 | 신기정 | 2008.06.12 | 746 |
| 649 | 미친 소 | 김길남 | 2008.06.12 | 745 |
| 648 | 독일학교와 한글학교 | 양희선 | 2008.06.12 | 751 |
| 647 | 텐진에서의 5박 6일 | 김학 | 2008.06.11 | 758 |
| 646 | 병아리들의 건강검진 | 김경희 | 2008.06.10 | 748 |
| 645 | 뻥튀기 | 신기정 | 2008.06.09 | 757 |
| 644 | 화우엽설 | 김재환 | 2008.06.09 | 751 |
| 643 | 주부 9단 | 최윤 | 2008.06.09 | 732 |
| 642 | 만리장성에서 만난 민들레 | 김학 | 2008.06.07 | 732 |
| 641 | 촌년과 웬수 오만 원 | 형효순 | 2008.06.07 | 724 |
| 640 | 미얀마에서 온 편지 | 김병규 | 2008.06.06 | 723 |
| 639 | 김치만 있었더라면 | 김학 | 2008.06.05 | 730 |
| 638 | 사진 석 장 | 김길남 | 2008.06.05 | 716 |
| 637 | 서른네 살의 내 지난날을 돌아 보며 | 구미영 | 2008.06.04 | 715 |
| 636 | 30년 만의 수업 | 김상권 | 2008.06.01 | 716 |
| 635 | 딸아이의 행복 출발 | 김상권 | 2008.05.23 | 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