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0 20:20

아는 길도 물어 가야 한다
김수영
살아가다 보면 가끔 난감한 일을 당할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긴다. 종합 진단에서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겼다며 수면 패턴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sleep study 의사를 의뢰해 주어 진단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수면 호흡 상태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밤 8시에 입원하여 밤새도록 온몸에 전자기기(electronic devices)를 꽂고 잠을 잤다. 실험 결과 수면 중 무호흡증이 발견되었다며 의사와 상담을 해야한다고 했다. 스케줄을 잡아 주어 며칠 전에 병원에 가야만 했다. 병원이 뉴포트 비치에 있어서 운전하기가 힘들 것 같아 이웃 미국 친구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이번이 세 번째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 두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의레 가는 길 익숙히 알고 있을것으로 생각 했다. 나보다 10년이나 아래인 이 미국 친구는 건강하고 돈독한 크리스천이라 믿음이 가는 친구였다. 프리웨이 타기 힘들다며 로칼로 두 번이나 다녀왔다. 이번이 세 번 째인데 익숙히 길을 잘 알 것이라 착각하고 따라나섰다. 자기 차로 가겠다고 했다.
부리스톨(Bristol) 로 가야하는 데 메인(Main)으로 들어서서 남쪽으로 향했다.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 버취(Birch) 길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자 U 턴을 해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오후 1시 반이었는데 한시간 전에 출발해서 무사히 도착 할 수있다고 생각했다. 왔던 길로 계속 달리는 데 이것은 아니다 싶어 행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도 잘 모른다고 했다.
이 미 국친구는 새 차를 사서 내비게이터가 있었는데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른다며 옛날 지도 책으로 목적지를 찾아갔다. 나는 옛날 지도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자산업이 최고로 발달한 요즈음 옛날 지도 책으로 목적지를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넌센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좌로 가나 우로 가나 목적지에 도착하면 무선 상관이랴 생각하면서 침묵하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은 의사와 중요한 면담을 하는 날인데, 이번에는
지도책도 안 갖고 오고 네비케이터도 사용 못 하고 스마트 전화기에 인터넷을 연결 안 해서 전화기로도 못 찾는다고 했다. 나는 나의 전화기에 GPS를 입력해 놓았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 둘은 영락없이 무인도에 떨어진 외계인이 되었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으니, 21세기에 사는 문명인이 아니라 완전히 두 사람 다 외계인이 된 기분이었다. 환자들이 많아 한 번 약속 시간 잡기가 매우 어려운데 약속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속이 타기 시작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듣지도 않고 제 멋대로 우왕좌왕 차를 몰며 사방을 돌아다녔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이 지나도 병원에 도착하게 해 달라고…..30분이 초과 되었을 때 돌고돌아 병원에 그나마 도착할 수 있어서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약속 시간이 삼십분 초과 하였으므로 의사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 할 수 없이 사정사정해서 열흘 후에 약속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화가 나서 속이 끓고 있었다. 세 번 째 오는 길을 왜 잊었느냐고 다그쳐 묻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왜 내 말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사방을 돌아다녔나며 따지고 싶었었지만, 참아야만 했다.
아는 길도 물어가야 한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생각났다. 이 미국 친구는 자기가 출발 전에 한 번 더 목적지 가는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출발한 점 큰 실수였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결국 왕복시간 도합 2시간 반을 길에서 허비한 셈이다.
그래도 약속 시간에 의사를 면담 못 한 것 속상하지만, 미국 친구는 실수로 길을 잃고 방황했지만, 나를 위해 시간과 가스 낭비하며 나를 도우려 한 것 아닌가. 내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감사해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평안이 찾아왔다. 집에 가는 길에 수고했다며 부패 식당에 들러 음식 대접 했다. 친구는 앞으로는 ‘아는 길도 꼭 물어보고 떠나야 한다’는 교훈울 얻었다며 앞으로는 출발하기 전 꼭 목적지 주소를 확인하고 가는 길을 자세히 알아보고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집에 도착한 후에도 왜 이 미국 친구는 옛날 지도책을 갖고 다니면서 목적지를 찾을까 ,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새 자동차에 네비케이터가 있는 데도 사용할 줄 모른다고 쓰지 않을까. 왜 전화기에는 인터넷을 연결 안 하고 사용할까, 문명과 거리가 먼 21세기에 사는 낯선 외계인이 아닐까. 참말로 답답하고 난감한 친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피장파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바탕 허허…하고 웃었다. 마음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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