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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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https://news.koreadaily.com/2024/12/02/society/opinion/20241202185909648.html

                                      (중앙일보 이 아침에/12.3.2024)

 

                       

                                                   감사를 나누는 자리

                                                                                                                            이희숙 시인, 수필가

 

   감나무 잎이 붉은빛을 더해간다, 열매를 떠나보낸 채. 추수 감사 절기를 지난다. 일상의 사소한 나눔을 넘어 애써 이웃에게 눈을 돌리고자 했다. 연중행사로 굽던 터키도 딸들에게 넘긴 지 여러 해다. 올해는 손주들이 터키를 굽겠다며 발걸음을 종종거린다. 뒷자리에 물러서 지켜보아야만 하는 할머니의 위치도 쉽진 않다.  

  3대 우리 가족은 자원봉사 대열에 끼었다. 지구 구석구석에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봉사자로 자원했다. Samaritan's purse Ministry Center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넓은 창고에 많은 사람이 북적였다.  

  'Operation Christmas Child'는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 상자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보내는 프로젝트다. 100여 개 나라의 교회를 통해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희망을 나누고자 함이다. 이 선물 상자를 받은 아이들은 위대한 여정(The Greatest Journey)’이라는 제자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어릴 적, 신발 상자를 구해 선물을 담았다.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을 고르며 즐거워했다. 바비인형, , 동물 인형과 같은 ‘WOW’ 아이템을 넣었다. 그 외에 재미있는 장난감, 위생용품, 옷가지, 학용품들로 상자를 채웠다. 받을 아이에게 손편지, 카드도 만들어 넣었다, 마치 친구에게 보내듯이.  

  우리는 상자 속 물품을 검열했다. 액체나 현금, 음식, 위험한 물건은 제거해야 했다. 물품 내용에 따라 남, , 나이를 구분하여 표딱지를 붙이고 상자를 포장했다. 손을 빨리 움직이다 보니 땀이 났다.  

  검사한 상자를 포장해서 더 큰 상자에 넣고 컨테이너로 배달하게 된다. 상자들이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사랑의 릴레이를 보는 듯했다. 선물 상자는 문명의 혜택이 닿지 않는 곳 아이에게 배송된다. 'Follow Your Box'를 통해 온라인으로 기부하고 선물 상자의 최종 목적지도 확인할 수 있단다. 올해는 필리핀 산속 마을로 달구지를 타고 산길을 오를 것이다.  

  감사가 머무르는 자리를 시에 새겨본다.

(중략) 지구 끝에 사는 친구를 위한 선물 상자/ 살그머니 놓여 있는 병실 앞 죽그릇/ 눈물 젖은 빵, 주름진 두 손 모은 식탁/ 겨울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매달린 나무//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을 때 소소한 기쁨이 있다/ 잡아준 손의 온기,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울림을 준다막다른 골목에서 한 걸음 나가게 하는 샛문이 열린다/고통 가운데 있을지라도 평강의 물결을 붙잡게 된다/ 하루를 선물로 받을 때 모든 것엔 부족함이 없다//

그 자리엔 감사가 머물고 있다

  선물을 받아 들고 함박웃음을 지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주는 것이 더 큰 기쁨임을 새삼 느낀다. Giving thanks, Great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