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복효근

2004.11.29 16:41

강학희 조회 수:437 추천:20








 
題目;음악
詩;복효근
畵;박정우-실크에 나염





신의 악보는

딱히 오선은 아니어서

더더구나 직선만은 아니어서

저 넌출넌출 산 능선과

그 사이로 굽이굽이 사라져

보이지도 않은 강줄기가 그것이리라

세상의 모든 길과

사람 사는 동네로 휘어드는

몇 가닥 전선줄도 악보 아니랴

무리져 날아오르는 새는 그의 음표일러니

또 새들만이랴

그 아래 식솔들 데리고 땅을 일구는 사람만큼

또 높은 음표 어디 있으랴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올망졸망 능선의 무덤들

숲 속 벌레 한 마리까지 음표였구나

저 천리 밖 숲가에

나무 가지 하나만 부러져도

이 음악은 화음이 틀어지기도 해서

삶과 죽음의 자세가 우주보다 어렵다

신마저도 지울 수 없는 이 엄연

그러니

보이는 것만이 음악이랴

고요만큼 장엄한 연주가 다시없느니

어찌

들리는 것만이 음악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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