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의 여인상
2004.10.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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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 and Berthe Lipchitz 1916 Oil on canvas Art Insitute of Chicago. 156KB |
큐비즘이 모더니즘의 선두 기수로서 그 명성을 날리고 그에 비롯된 기하학적인 의상과
패션으로 새로운 현대적인 여성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을 1920년대 무렵,
다른 한편에서는 '에꼴 드 파리'라 불리는 외국에서 파리로 몰려든 일군의 작가들이
나름대로 자국의 전통과 모더니즘의 변혁을 결합한 개성 있는 조형의 세계를
모색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작가인 모딜리아니는 그 당시의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자신만의 특유의
우수와 고독을 머금은 여인상으로 유명한데 그 속에 담겨진 보헤미안과 같은
피그말리온의 의식과 내면 세계, 그리고 그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변화된 여성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술사를 훑어보면 수많은 여인상이나 누드가 존재하지만 모딜리아니의 여인상만큼이나
그 인상이 관자의 가슴 속 깊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여인상도 드물 것이다.
그것은 짧고도 비극적인 삶을 산 모딜리아니의 고통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딜리아니는 이태리의 리브르노에서 태어나 피렌체, 베네치아 그리고 파리의
몽마르뜨와 몽파르나스, 그리고 남프랑스로 옮겨다니며 가난과 병마, 술과 마약
그리고 이방인의 고독과 싸우며 창조를 향한 열정 하나로 힘든 생활을 견디다가
36세에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겨우 죽기 얼마 전에 가서야 자신만의 고유의 스타일을 탄생시켜 자신의 치열했던
삶을 투영하게 된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대부분 여인의 초상이나 누드이지만, 그가 70대의 거장 르누아르를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엉덩이 따위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외치며 뛰쳐나갔듯이
그는 여느 예술가처럼 여체의 관능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느낀 인간 본연의 깊은 내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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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Jeane Hebuterne, Left Arm behind Head 1919 Oil on canvas Barnes Collection, Merion, Pennsylvania |
인간 본연의 고독을 말하는 애수어린 눈
모딜리아니는 파리, 그것도 예술의 중심지 몽마르뜨, 몽파르나스 등에 주로
거주하면서 브랑쿠시, 피카소, 드랭 등 당대의 많은 거장들과 만났고 당시의
주류적인 화풍을 보아왔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모딜리아니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이루어냈다.
그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것은 그들과 닮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할 만큼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루고자하는 결심이 확고했다.
그리하여 브랑쿠시의 조각, 세잔의 조형 혁신, 파카소의 청색 시대의 그림, 아프리카
가면, 그리고 이태리의 전통적인 고전적인 여인상의 영향을 모두 흡수하여 발전시킨
자신의 고유의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평면적이고 길게 늘어뜨려진 몸, 유난히 긴 목과 눈동자가 없는 눈이 특징적인
우아한 여인상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눈동자가 없는 애수어린 눈에는 이방인으로서의 고독한 삶과 어려서부터
병마와 싸워 결국 젊은 나이에 요절한 그의 고난과 슬픈 운명이 반영되어 있다.
더 나아가 바쁘게 변화하는 현대의 중심가에 살면서도, 또는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으면서도 그런 구체적인 현실상보다는 그 속에서 고단한 삶을 영위해 나가야하는
우리 인간의 고통과 고독이 정화되어 묻혀있다.
따라서 그의 여인상은 세상사에 초월한 것 같으면서도 그 본질을 꽤 뚫어 보는 듯하고, 그 눈 속에서
우리의 삶의 본질과 인간의 깊은 영혼까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Yellow Sweater aka Portrait of Jeanne Hebuterne
1919
Oil on canvas
Solomon R. Guggenheim Museum (United States)
구원자로서의 여인상
술과 마약 그리고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 별다른 작품을 내놓지 못하던
모딜리아니가 예술에 혼신의 열정을 쏟아 부어 불멸의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 것은
그를 구원해 준 두 여인과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첫 사랑을 가져간 여인이 시인 베아트리스 헤이스팅스인데, 그녀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후부터 드디어 불멸의 작품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그들 둘 사이를 곁에서 지켜 본 친구 앙드레 살몽은 방탕한 생활에 몸을 망가뜨리고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까지 나돌던 모딜리아니가 위대한 재능을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베아트리스의 시에 대한 열정 전부가 투입된 결과이며, 그녀 특유의
시적 의식이 모딜리아니의 천재성을 끌어내고 눈뜨게 했다고 그의 저서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그를 만난 지 2년 후 모딜리아니의 술 주정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그 후 얼마 뒤 그를 마지막까지 지켜준, 그리고 죽음마저도 함께 한 최상의 반려자
쟌느 에뷔테른느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천사와 같은 부드러움으로 모딜리아니의 분노와 괴로움을 모두 감싸고 죽음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작품에 열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곁에서 도왔다.
모딜리아니는 그녀가 없을 때면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일 정도로 그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매일 매일 작업에 정진하여 많이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다
.
모딜리아니의 이런 삶에 반추하여 볼 때 그에게 있어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한 존재도
아니고 연약한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내면의 강인함과 침착함으로 방탕한 생활에 빠진 남자를 구하고, 예술에 열중할수 있도록 해 준 구원자인 것이다.
이런 구원자적인 면모를 지닌 여성은 모딜리아니에 의해 그토록 초연한, 우수에 잠긴,
그러면서도 너무나 우아한 이미지를 지니게 된 것이다.
그러한 여인상은 마치 인간의 슬픔을 감싸 안아주는 성모 마리아상과도 같이 성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
성의 구별을 초월하여 인간성을 대변하는 여성
1920년에 죽기 전 몇 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제작된 모딜리아니의 여인상들은 여자의
몸을 예술의 대상으로 사용하는 전통과 관습을 따르긴 했지만 여성의 육체적인 특징만을 강조하여 하나의 대상물로 취급했다던가 여성을 열등하게 보는 시각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아한 여성의 자태 속에 남, 녀의 구분을 초월한 인간의 삶과 내면의 본질을
담고 있다.
즉 모딜리아니의 여인상은 남, 녀의 운명을 포괄하는 존재로 승격된 것이다.
이 점에서 단지 여체의 아름다움만을 탐닉하던 피그말리온의 욕망이 담긴 이전의
누드 상과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곧 남성이고 여성은 거기서 제외되었고 하급 존재로서 오히려 야수와
가까운 존재로 그려졌던 19세기까지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었던 여성관과는 급격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던 여성의 존재가 1차 세계 대전으로 말미암아
공적 영역으로의 진출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여성의 지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고,
이제 여성은 인간이나 인간성 그 자체를 대변할 수도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모딜리아니(Modigliani, Amedo : 1884~1920)
35세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살다 간 모딜리아니.
그가 나부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16년경 부터이며
죽기전의 1919년경까지 적지않은 작품을 남겨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17년말인 12월 3일부터 30일까지
모딜리아니로선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개인전을
벨트 에일 화랑에서 열게된다.
그런데 초대날, 그의
나부상들이 너무 관능적이어서 풍기문란이란 죄목으로
경찰의 신세를 지게되며 결국 다섯점의 나부가 철거되고,
모딜리아니와 화랑의 여주인은 일시 체포된다.
긴입술, 긴콧날, 고독한 눈빛의 이 나부는 전형적인
모딜리아니 스타일의 여인상을 하면서도 수줍음과
고혹적인 자태를 동시에 읽을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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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the Painter Manuel Humbert
1916 Oil on canvas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174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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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 and Berthe Lipchitz 1916 Oil on canvas Art Insitute of Chicago. 156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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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Soutine Sitting at a Table 1916 Oil on canvas National Gallery, Washington. 132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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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Portrait 1919 Oil on canvas Museu de Arte Contemporânea de Universidade, São Paolo. 206KB |
| Portrait of Jeane Hebuterne, Left Arm behind Head 1919 Oil on canvas Barnes Collection, Merion, Pennsylvania |
| Yellow Sweater aka Portrait of Jeanne Hebuterne 1919 Oil on canvas Solomon R. Guggenheim Museum (United States) |
| Girl with a Polka-Dot Blouse 1919 Oil on canvas Barnes Collection, Merion, Pennsylvan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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