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도시에서 신선으로 살다 간 화가, 장욱진
2004.10.28 16:18
장욱진,
1918-1990
장욱진은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화가들과 비교하자면 행복한 화가였다. 시대는 그에게 좀더 긴 삶을 허락했다. 장욱진에게는 이중섭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아내가 있었고, 박수근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살아 생전의 명예가 있었고, 김환기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고국에서의 삶이, 추상도, 구상도 아닌 동양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탐구가 있었다. 장욱진은 생전에 아내와 가족은 물론 그를 사랑하는 제자, 친구, 수많은 지인들이 곁에 있었다. 그 점만 놓고 보자면 그는 우리의 시대적 한계와 주변의 무시 속에 숨쉴 공간을 얻지 못하고 사라져 간 조각가. 권진규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평안함이 있다. ■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ㅡ 사람으로 본 20세기 문화예술사 ; 세속도시에서 신선으로 살다 간 화가, 장욱진
까치, 1950
나무와 새, 1957
진진묘, 1970
가족, 1973
소와 돼지, 1977
가로수, 1978
집과 나무, 1986
나무, 1987
밤과 노인,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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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강가에서 부서진 햇빛의 파편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수면 위에 떠도는 아지랑이를 타고 동화가 들려올 것 같다. 물장구를 치며 나체로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적나라한 자연을 본다. 그리고 천진했던 어린 시절에의 향수가 감미롭고 서글프게 전신을 휘감는 것을 느낀다. 태양과 강과 태고의 열기를 뿜는 자갈밭, 대기를 치스치는 여름 강바람- 이런 것들이 나 역시 손색없는 자연의 아들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럴 때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공허하지 않다. 자연의 침묵이 풍요한 내적 대화를 가능케 한다.
그럴때 나는 물이 주는 푸른 영상에 실려 막걸리를 사랑해 본다. 취한다는 것, 그것은 의식의 마비를 위한 도피가 아니라 모든 것을 근본에서 사랑한다는 것이다. 악의 없이 노출되는 인간의 본성을 순수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이기적인 내적 갈등과 감정의 긴장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경에 찬 아름다움의 세계와 현실 사이에 가로 놓인 우울한 함정에서 절망 대신에 긍정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절실한 정신의 휴식인 것이다.
그렇다, 취하여 걷는 나의 인생의 긴 여로는 결코 삭막하지 않다. 그 길은 험하고 가시덤불에 쌓여 있지만 대기의 들장미의 향기가 충만하다. 새벽 이슬을 들이마시며 피어나는 들장미를 꺾어들고 가시덤불이 우거진 인생의 벌판을 방황하는 자유는 얼마나 아프고도 감미로운가! 의식의 밑바닥에 잔잔히 깔려 있는 허무의 서글픈 반주에 맞춰 나는 생의 환희를 노래한다.
나는 고요와 고독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자기를 한곳에 몰아 세워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 것도 욕망과 불신과 배타적 감정 등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괴로움의 눈물을 달콤하게 해주는 마력을 간직한 것이다. 회색빛 저녁이 강가에 번진다. 뒷산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강바람이 나의 전신을 시원하게 씻어 준다. 석양의 정적이 저멀리 산기슭을 타고 내려와 수면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저멀리 노을이 머지않아 달이 뜰 것이다. 나는 이런 시간의 쓸쓸함을 적막한 자연과 누릴 수 있게 마련해 준 미지의 배려에 감사한다. 내일은 마음을 모아 그림을 그려야겠다.
무엇인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 장욱진, 강가의 아뜰리에ㅣ1965. 8.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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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의 그림을 두 발로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곳,
http://www.galleryhyundai.com
2009_0415 > 0510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의 가족도
그 분 일화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ㅡ
자화상, 1951
"선생님 그림의 저 새는 무슨 새 입니까?"
"참새지!"
"참새는 저렇게 열지어 날지 않던데요?"
"내가 시켰지!"
[Link]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ㅡ 사람으로 본 20세기 문화예술사 ; 세속도시에서 신선으로 살다 간 화가, 장욱진 http://windshoes.new21.org/art-changucchin01.htm
미루나무 밑줄긋기, 그 사람 장욱진 http://blog.daum.net/mirutrees/1085642
장욱진 미술문화재단 http://www.ucchinchang.org/
장욱진 사이버 뮤지엄 http://www.changucchin-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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