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예찬 / 성백군
묵묵히 살았다
변두리 생(生)이라 아무 말 못 했지만
기죽지 않았다. 펄펄 뛰며
초록으로 살아 냈다
꽃이 색 향을 자랑하고
열매가 자태로 으스댈 때
비바람 먼저 맞으며,
저들 보듬고 대신 맞으면서도
불평하지 않았다
고생이라 여기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덕에 계절 가는 줄 몰랐다
돌아보니, 꽃도 열매도 일장춘몽,
혼자 남았다. 생의 끝자리에서
저녁노을처럼 온몸이 발갛게 물들었다
보면 볼수록 그윽하고 깊어서
풍진세상을 이겨낸 어머니의 사랑 같아서
불길도 연기도 없이
내 마음 저절로 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