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이는 가로등/강민경
많은 사람이 산책하기 좋은
알라와이* 운하 길을 걷는데
가로등 하나 깜빡이며 다가와
사위를 쥐락펴락한다
정신이 이리저리 헛갈리는 대로
무심히 지나다가도 불이 깜박이면
자동으로 올려다보게 되는데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듯
내 발끝을 굽어보는 가로등
바짝 다가오면서 작은 키의 나와
커다란 키의 나를 그려 보이는 친절
절대 내 옆을 떨어지지 않는
앞뒤 저만큼에서
짧아졌다가 길어졌다가
말없이 따라 오는 짧고 긴
그림자가 낮 설고 새로워
한 번 더 둘러본다
아주 작아지고 싶던
전봇대처럼 커 보고 싶던
내 맘을 어찌 알고 잠시 잠깐이지만
특별히 나를 위해 행복하게 하는가
가끔은 늘 변함 없는 모습의
가로등보다
깜박거리는 가로등 네가 더
좋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