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고향 생각/강민경
컴퓨터 화면
어느 솜씨 좋은 이의 동영상 풍경이
내 눈길을 잡아
내 마음 급하게 고향으로 달려갑니다
뒷동산 진달래꽃은
햇살 먹더니 꽃잎이 새빨갛게 부풀고
돌담 밑 개나리는
봄볕 쪼이더니 통통하게 살이 쪘네요
아~, 앞마당에 노란 병아리 열두 마리!
앙큼한 고양이는 낮잠이나 자세요
욕심내지 말고
고향 생각에는
거리가 문제 되지 않아요
시간도 거리낄 게 없고
비행기 표 없이도 태평양을 건너가고……
보세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툇마루에 나와 있네요
제는 70 이 넘었을 텐데
아직 코흘리개 까까머리예요, 짝꿍 말이 예요
아무도 모르게
산천도 모르고 사람들도 모르고
집에서 기르던 누렁이도 모르게 살짝
나만 알게 고향에 다녀왔어요
당신도 해 보세요 옛날 생각 하며
이곳저곳 들려서 이리저리 찔러보세요
나른한 봄날,
졸음이 확 달아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