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 민들레 / 성백군
언덕 위
잔디밭에 민들레
바람 앞에 몇 안 남은 홀씨 붙잡고
몸부림입니다
놓으면 편할 텐데
그게, 가시밭에 떨어질까
돌 짝 밭에 떨어질까
시멘트 도로 위, 아니면 물속
생각만 해도 아찔하여
아예 생각도 안 해보고, 걱정입니다
폭설, 폭우, 산불, 지진, 허리케인, 전쟁
세상이 잠시도 편할 날이 없다고
SNS가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겁을 줍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밤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펑, 펑 자정을 밝히는데
불티가 내 사는 목조 아파트 지붕 위에 떨어져
내가 구운 오징어가 될까 봐
잠이 오질 안 습니다.
지내놓고 보면 대부분
시간이 스스로 포기하는데
그 시간 안에 사는 우리는 바람 앞에 민들레처럼
제 생각을 안고, 안달입니다.
1454 – 010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