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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丁成秀)
어렸을 적 내 꿈은
우주 속 날아다니는 한 마리 새
하염없이 떠돌고 싶었지
지구별에서 명왕성으로 은하계로
그 너머 또 다른 별들의 마을로
우주 저쪽 더욱 큰 우주로
날이면 날마다 자유의 몸짓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저 홀로 사라져가고
아직도 내 겨드랑이 속은 침묵과 함께 터엉 비어있지만
아직도 나는 저녁마다 꿈꾸고 있지
아직도 지칠 줄 모르는 내 영혼의
저 고요한 날개는.
- 2007/8/13일 07시 56분 일당산 곰지기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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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丁成秀)
저것 좀 봐
지구 위로 내리는 빗방울 속에
입술이 빠알간 가을이 매달려 팔랑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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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저 하늘 속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최초의 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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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어
아메바로 부활할꺼나
가장 원시적인 이름으로
어지러운 세포 가닥들
다 풀어 던지고
한 개의 눈짓으로 떠다니는 단세포
하나의 일
한 가지 사랑만을 생각하는
거울처럼 단순한 사나이
해맑은 액체가 속살의 전부인
썩은 식물 위에서
제일 깨끗하게 숨쉬는
한 마리의 하얀 아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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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땅 위를 걷는 일엔
이제 지쳤다
요즘 나는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부풀어오르는 부레주머니와
지느러미 몇 개
날개죽지 둘
저 끓어오르는 바다와
푸른 하늘은 모두
내것이다
날 찾지 마라
지상에서 바다 속으로
별에게로
날마다 나는 이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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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 떠도는 마침표
하나
어디로 갈까?
눈보라 날리고
비보라 몰아치는데
어디로 가지?
무한 공간 속
떠돌이로 헤매는
지구와 해와 별 사이를
정처없이 오가는
.
영혼 하나
어디서
발걸음을 멈추지?
어느 별에서
우주의 문을 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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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네요
속살 밖으로 스며나온 당신의 향기
하늘색 옷자락 휘감아돌다가
소리없이 번져나가네요, 물무늬처럼
봄 햇살 쏟아지는 네거리에서
등 굽은 행인들 서성이는 대낮
말없는 당신의 눈 들여다보면
꿈꾸듯 온몸 빨려드네요
꽃잎 벙그는 숨가쁜 순간
귓불 시린 지상에서
나 또한 한 떨기 꽃송이처럼 열려
뿜어내네요
알수없는 사람의 향내
미지의 지구인에게 전염시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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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최초의 여자여
어느 날 문득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서
반짝이는 네 얼굴 바라보노라면
갑자기 나는 우주의 고아
목이 마르다 끝없이
끓어오르는 장미빛 허기
두 손 뻗어
온통 들이켜고 싶다, 너의 생애를
한 잔의 코냑처럼 단숨에
네 물렁뼈까지 단숨에
너의 가냘픈 육신과
영혼이 으서지고
마침내
몇 알갱이의 먼지로 허공에 날릴 때까지
지글지글, 나는
쉰내 나는 껍질 지하철 밖으로 벗어 던지고
둥둥 떠오른다, 나는
지상으로 너의 붉은 입술과 함께 솟아올라
무궁한 햇살이 내리꽃히는 무화과나무 아래
네 영혼을 눕히고
잎사귀 한 장 없이 가릴 곳도 없이
들끓는 하나가 되어
만세
벌거벗은 영혼이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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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살아가면서
이런 때
그리워하자.
네가 보고 싶어 미칠 때
사방을 둘러 봐도 아무도 없을 때
옆구리가 시려오고 허전 할 때
사랑하고 싶어 온 몸이 근질근질 할 때
눈을 감아도 네 모습이 아물거릴 때
멀리서 아주 멀리서 네 목소리 들려올 것 같을 때
네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릴 때
그럴 때가
다 그리운 때다.
그럴 때는 따지지 말고
그리워하자.
그리울 때는 그냥 그리워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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