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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의 잠

2006.06.21 04:26

유봉희 조회 수:644 추천:76


광야의 잠
유 봉 희

새벽 3시, 걸림돌에 걸리듯 깨어나니
지붕 유리창으로 별,
젖은 큰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억만 년을 살아도 뽀도독 찬물로 씻어 올린
저 눈빛을 못 참겠다
세상을 보기 시작한 아기의 눈을
마주보다가 고개를 내리듯
천정 문을 닫아야 할가보다

아주 옛날, 돌베개 베고
광야에서 잠자던 사람 있어
그 잠길을 다독이다 살며시 잠들던 그 별이,
뼈마디마다 살갗마다 숨어 있던 죄명들이
나이테로 떠오름을 보았는지
저렇게 젖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 돌베개 베고 광야에서 잠들 수 없더라도
지붕 창을 광야의 하늘로
그 별빛과 함께 새 잠을 잘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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