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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의 산책

2006.06.21 04:57

유봉희 조회 수:682 추천:91


화성으로의 산책
유 봉 희

화성이 6만 년만에 지구로 가깝게 오고 있는
2003년 8월 27일, 오늘 밤
기적 같은 순간에도 지상은 잠잠하다
활짝 펴진 하늘에서 주먹만큼 큰 별 화성
망원경을 눈에 대니 빛나던 별의 각들은 무너지고
냉혹한 유혹의 눈, 갈증나던 붉은 색도 슬어지고
만월처럼 둥글게, 작은 접시에 담긴 연노란색 정원엔
검은 점, 점들, 추수 끝난 묵은 논자리 같다

저 분화구 가장자리에
얼음 녹여 물길 내는 빙어 몇 마리 있었으면
그래서 아가미가 산수유처럼 붉어지고 있었으면
그것도 아니면, 태고적 홍수로 얼어 붙은 바다 속
아메바 하나 긴 꿈에서 깨어나며
하품하면 좋겠다

저 화성, 바위 전시장엔 때때로 돌풍이 분다지만
지금 싸늘한 바람 속, 이 돌산 저 돌산 걸어가는 사람
보일 듯 보일 듯
내일을 걸어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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