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다마는 2
2014.10.07 04:40
오늘도 걷는다만은 2 /雪泉.서용덕
새가 날아가는 공중에 길이 있는가. 먹을 것 찾아가는 날갯짓이 길인가. 물속에 물고기도 길을 따라 유영하는가. 하늘이나 물속에는 길이 있다면 하나의 넓은 통째로 있어 칸막이나 벽이 없다. 새나 물고기는 이 나라 저 나라 국경선도 없다. 내 몸 안에 있는 영혼이 새나 물고기같이 길이 없는 곳에 있는 기운이 아닌가.
길은 반듯하지 않다. 길이란 강물처럼 파도를 그리며 흐른다. 아픈 사람들은 그 길을 볼 수 있는 기계를 달고 있다. 심전도라는 기계다. 심장이 멍추면 심전도에 나타나는 파고가 일자로 반듯하게 나타나면 편안한 길이 된다. 그렇게 끝나는 길이다. 영원히 목적지가 없는 길이다. 그것을 우리는 죽음이라 할까?
나는 심장이 멍추는 순간 황금빛으로 빛나는 곳에 있었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순간이라 할까. 마치 서산에 걸쳐 있는 태양이 붉게 빛나는 석양빛이라고 할까. 나는 신경성 만성 위괴양병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도 모르는 내출혈로 빈혈 증세 심했다. 어느 날 새벽에 일어서지 못하고 픽 쓰러졌다. 숨이 막혔던지 빙빙 헐떡헐떡거리다 의식을 잃었다.
이 순간 정신이 없었던지 황홀하였다. 환희의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귓가에 가득한 웽웽거리는 소리가 가늘어진다. 심장에 뿜어대는 피가 없어서 심장이 멍춘 것이다. 피가 멍추니 근육 속에 신경들이 퍼덕거린다. 경련이 일어났다. 파닥파닥 거렸다. 그러고 나니 심장이 불덩이 같이 뜨거웠다. 심장이 폴짝폴짝 움켜 주었던지 고였던 피가 밀어내기 시작한다.
몸뚱이는 얼음덩이같이 차가운데 땀이 물 흐르듯 주루눅 흐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은 거짓말 같았다. 쓰러진 내 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보고 그때야 위급한 상황을 알아차린 마누라는 놀라는 기색도 없다. 나는 물속에서 나온 것처럼 흥건히 젖은 땀을 닦아내며
뜨거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무조건 절대 안정이다.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빛이 환하다. 빛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길이다.
그 길에는 내 몸 안에 있는 심장에 바다와 같고 동맥과 정맥은 강물로 채운 강줄기였다. 방향이 다른 강들이 바람을 타고 빛을 찾는 일이다. 길을 잃지 않는 것은 빛이었다.
그 빛이 길을 찾아 준다. 그러나 물속에나 공중에 빛이 없어도 길이 있다.
사람은 빛으로 방향을 찾는 길이 있다.
황금빛이 빛나는 순간 나의 영혼과 육체는 한덩어리기도 하고 각각 떨어지는 찰나, 그 순간이 부부가 한몸일 때 맛보았던 황홀함이었다. 그것을 영혼이 원하는 쾌락이었다.
쾌락은 나 홀로 빛을 잃을 때 번쩍번쩍한 황금빛이었다. 오늘도 정처없는 걷는 길은 한 순간의 쾌락을 찾아가는 길이라서 험한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길이라 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것은 죽음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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