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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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장구하라 방탄 소년단 / 수필

2021.07.11 17:01

민유자 조회 수:2

장구하라 방탄소년단

 

 2018년은 방탄소년단의 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초고속 시대에 걸맞은 빠른 행보와 그에 따른 성취로 다양한 최고의 연속 기록을 이뤄내는 기적 같은 기세를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

 

 딸이 지난여름 가를 일본에서 보내고 오는 길에 한국을 들러 왔다. 그때 전화기에 이상이 있어서 애플 상점에 갔는데 바로 옆이 방탄소년단의 캐릭터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이 만만치 않아서 별 생각 없이 곰 인형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

 

 돌아오자마자 때맞추어 이곳 할리우드에 BTS의 캐릭터를 파는 상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개점 전 날부터 장사진을 치고 트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상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는 소식이다. 딸이 인터넷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상품을 검색해 봤더니 한국에서 산 가격의 두 배도 넘는 값으로 유통되고 그것도 없어서 못 파는 정도로 인기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다른 인기 상품을 몇 개 더 사 가지고 왔으면 비행기 값을 상쇄하고도 남을 걸 그랬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얘기를 들었으면서도 BTS의 인기를 그리 실감하지 못했다. 이어 신문에서 BTS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도 나와 먼 얘기처럼 무심했다. 소녀시대나 싸이처럼 좀 그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얼마 전에 BTS가 유엔에서 연설을 했고 그 내용이 사람들에게 그들의 노래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는 기사를 봤다. “히야 제법 이군!” 하다가 이게 범상치 않은 일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는 한국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실제로는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손자가 네 살 터울로 셋인데 어린 순서대로 한국말을 잘한다. 막내 손자가 제일 잘하고 제일 큰 녀석이 그중 못 한다. 아들 며느리가 한국말 보다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하니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그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다.

 

 토요일에 한국 학교를 보내지만 집에서 사용하지 않으니까 바람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다. 거기다가 아이들이 현실적인 필요성을 못 느끼니까 배우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시키니까 할 수 없이 억지로 시간 때움을 한다.

 

 얼마 전에 며느리가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좀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제의를 했다. 흔쾌히 허락하고 가르쳐보니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한국 학교에서 붙은 맥 빠진 습관대로 무척 지루하고 힘겨운 일이라는 선입견으로 귀를 꼭 고 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흥미를 돋구어보려고 갖은 지혜를 짜내도 좀처럼 되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데 제일 큰 어려움은 말하는 순서다. 이것이 영어권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데도 역시 큰 걸림돌이 된다. 거기다가 한국말에는 영어에 없는 동사와 형용사에 어미변화가 많다. 그냥 같은 의미의 단어만 치환해서는 말이 안 된다.

 

 BTS의 노래를 가르쳐보자 생각하고 유튜브에 들어가서 처음으 로 BTS의 노래를 들었다. 가사도 받아 적었다. 그들이 왜 유명해지고 그토록 인기를 얻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세대차를 훌쩍 뛰어넘어 나도 단박 그 노래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노래만 좋은 것이 아니고 시적인 가사의 희망적인 메시지도 참  훌륭했다.

 

 가사를 적은 종이를 내밀고 음악에 맞추어 눈을 따라가라고 했더니 손자가 눈을 반짝 빛내며 받아들고 시키지 않아도 반복해서 듣는다. 흥미 유발 성공!

 

 가사는 한국말 반 영어 반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따라하기 딱 좋았다. 놀라운 것은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어려운 한국말의 장벽을 넘어서서 이 곡들을 좋아하게 되고 빌보드 차트 1위로 어올렸다는 사실. 가사 속에는 얼쑤, 조오타, 지화자 같은 추임새도 들어 있다. 정말 생각사록 믿기 힘들 정도로 신기하다.

 

 어린 시절, 나는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송을 듣고 외우며 좋아했었다. 그 가사가 지금도 잊히지 않고 입에서 술술 나온다. 이 처럼 내 손자도 평생을 잊지 않고 이 노래를 조리게 될 게다. 덕분에 한국어 교육이 덩달아 확실하게 되었다.

 

 놀라운 BTS의 위력이다. BTS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갈채를 힘차게 보낸다. BTS 덕분에 이 할미의 어깨가 번쩍 올라가고 짐이 가벼워졌다.

 

승승하는 방탄소년단이여 영원히 장구하라!

 

https://youtu.be/xJ85tMOwx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