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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렘브란트에게 수필을 배우다 / 메타수필

2024.05.03 14:52

yujaster 조회 수:26

렘브란트에게 수필을 배우다  / 민유자

 

  “그래! 바로 이거야!” 네델란드의 국민화가 렘브란트Rambrandt(1606-1669) 대작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보면서 무릎을 쳤다.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은 그림이나 수필이나 일맥 상통한 면이 보였다.

  

  1632 램브란트는 약관 26살에 작품을 완성했다. 그의 명성은 이미 상당히 알려진 터여서 대작을 의뢰 받을 있었다. 단체 초상화로 인해  그는 명성을 한층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된다. 당시 유명한 해부학의 권위자이며 시장을 4번이나 연임한 니콜라스 튈프박사가 당시의 풍습대로 제자들이 보는 가운데 시체를 공개 해부하며 설명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당시의 지식인들은 전에 없이 해부학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 공개 인체 해부 행사는 크게 열렸고 이에 참석한 바를 초상화로 남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의 배경은 전체적으로 어둡다. 아래쪽 중앙에는 창백한 시신이 밝은 조명 아래 사선방향으로 반듯이 누워있다. 그림의 중앙에는 시체의 왼팔을 집도하는 튈프가 오른손에 외과용 메스를 들고 설명하고 시신의 상반신을 에워싼 일곱명의 제자들이 그림의 왼쪽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둘러 서있다. 튈프박사나 둘러선 제자들의 옷은 검은색으로 어두운 배경에 흡수된 드러나지 않는다. 메스를 튈프박사의 손과 인물들의 얼굴은 칼라 위에서 각자의 생생한 모습을 밝게 드러내고 있다.

그림은 명확한 주제를 한눈에 보여준다. 주제를 나타내는 사물들은  밝은 빛을 비추고  주변은 가라앉는 명암의 대비를 주어 확실하게 구분한다. 전체가 어두운 배경에 어두운 의상에 오직 시체와 인물의 얼굴 그리고 집도하는 튈프의 손만 밝은 빛의 조명을 받고 있어 강렬한 극적인 표현으로 주제가 또렷이 부각된다. 

수필에서도 제일 중점적인 관점을 것이 주제다. 제목을 보고, 서두의 암시를 읽고, 말미에서 작가의 결론을 읽었다면 글의 전체를 관통하는 확실한 주제를 있어야한다. 일별하여 주제가 불분명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읽어야 한다면 재고해야 필요가 있다.

 

   ‘니콜라스 튈프의 해부학 강의에서는 의상의 다양한 색과 질감이라든지 배경에 어떤 소품도 배치하지 않았다. 세세한 묘사의 군더더기를 과감히 삭제해버렸다. 그렇다고 작품이 디테일에 소홀한 작품은 아니다. 인물들의 상기된 얼굴에는 지적 호기심, 현장에서 느꼈을 긴장감, 상기된 표정들이 각각 생생히 살아있어 실제 상황을 대면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수필에서도 희로애락의 감정을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능력은 상상력이 가미된 매끄러운 문장력과 독자가 수긍할 있는 논리적인 개연성이다. 감성과 이성의 씨줄과 날줄이 고르게 짜여져야 균형 잡힌 전달력으로 독자는 감동한다. 

 

  이 그림은 단체 초상화로 전에는 없던 네덜란드 고유의 형식이다. 사진이 없던 시대이니 만큼 각개 인물들의 초상화를 먼저 완성본으로 그리고나서 초상화를 단체 초상화에 옮겨 그리는 형식으로 그려졌다. 개별 초상화를 그리는 일만도 단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야간 순찰대같은 경우는 등장 인물이 삼십여명이 되니 인물의 용모와 특징을 세세히 그려 완성하느데만도 상당한 준비기간이 소요되었을 것을 짐작할 있다.

당시에 여러 훌륭한 화가들이 그린 비슷한 형식의 단체 초상화가 많이 있었다. 당시의 제작과정에서 어쩔 없이 넘지 못한 장벽으로 각개 인물의 초상화를 가져다 붙인 것같이 비슷한 각도와 표정의 어색한 분위기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렘브란트의니콜라스 튈프박사의 해부학 강의에서는 얼굴 각도와 표정이 전체 그림의 구성에 따라 달라서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구심점이 압축되고 통일된 일체감이 표현되었다. 

수필에서도 통일성은 요구된다. 주제가 좋고, 경험이나 예문, 지식의 전달사항이 훌륭하여도 이것을 꾸려 나가는 구성력이 필요하다. 독자를 목적지까지 이끄는 최적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독자를 지그재그로 인도한다면 시간과 정력의 낭비가 크고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세상에 제일 어려운 것이 두가지인데 하나는 생각을 남의 머리에 넣는 것이고 하나는 남의 주머니의 돈을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렘브란트는 젊은 나이에 이미 명성을 크게 얻고 재력을 풍부하게 쌓아서 드물게 두가지를 모두 성취한 화가다. 그러니 렘브란트의 콧대는 당시의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높았다.

그럼에도 인생은 녹녹치 않아서 그의 대표작이면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야간순찰’ (프란스 반닝코크 대위의 중대) (1642 , 암스텔담 국립박물관 소장) 그린 것을 고비로 결국엔 많은 부를 부지하지 못하고 외면 당하고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어 말년을 비참하게 끝내게 된다. 그는 작품을 살리고 그림을 의뢰한 사람들의 기호를 무시한 댓가를 혹독히 치른다. 그의 몰락의 이야기는 다른 인생 2막의 얘기가 되면서 더하여 색다른 하나의 교훈을 얻는다. 

수필은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시나,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과는 다르다. 짧으나 작가의 내면을 가장 많이 반영하는 장르다. 주제가 훌륭하고 구성이 좋고 문장력이 뛰어나도 진실, 성실, 정직, 겸손의 인격적인 덕목을 저버리면 독자가 등을 돌리는 결과를 막을 수는 없다.  

 

  렘브란트를 만나서 그의 예술과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잠시 들여다보며 미루어 수필 쓰기의 기초를 정립하고 새삼 스스로의 자세를 돌아보다가 렘브란트 화백이 앞에 계시다면 물어보고싶은 두가지 의문이 생겼다.

야간 순찰 경우 먼저 그림의 구성을 짜놓고 그에 맞는 각도와 표정의 개별 초상화를 그렸을까? 일단 개별 초상화를 완성하고나서 그림을 그릴 때에 인물의 용모와 특징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게 각도와 표정을 변경했을까? 

어찌 되었든 간에 당시의 누구도 범접지 못할 만큼 폭의 차이를 보여주는 비범한 상상력이다.

수필에서도 이렇게 상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이 가미된 구성이라면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으로 강하게 붙들고 감동하게 만들 것이다.

 

  또 한가지는 엄청난 제작비를 내고 그림을 의뢰한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예상을 했다면 그는 결국 그의 예술혼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후의 삶을 몽땅 바친 셈이 된다.

수필에서도 때때로 우리는 망서리고 갈등하게 되는 때가 많이 있다. 독자를 어느정도 인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작가는 독자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러나 독자의 눈치를 보아서는 된다. 렘브란트처럼 생을 희생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부의 불만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작가의 소신을 굽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220410

 

 

니콜라스 튈프박사의 해부학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