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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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낙원의 환대/여행수필

2024.05.03 15:56

yujaster 조회 수:27

낙원의 환대/민유자

 

  Anacapa Island 봄나들이를 갔다. Channel Islands 제일 남동쪽에 있는   작은 섬이다. Oxnard에서 배를 타고 시간 . 중간에 고래를 보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서 잠시 머물렀지만 고래는 멀리서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오지 않았다. 고래는 연전에 카타리나 섬에서  제대로 봤기 때문에 미련은 없었다.

배는 캠핑 하는 사람들을 먼저 태웠다. 그들은 짐이 엄청 많았다. 섬은 무인도여서 물과 모든 장비 그리고 음식을 가져가야 한다. 섬에서는 불을 사용할 수도 없다. 물론 모든 쓰레기는 육지로 도로 가지고 나와야 한다. 

 

  구름이 많이 흐린 날이다. 당도하여 코브에 배를 대고 보니 태평양의 수평선 가운데 우뚝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섬이다. 검은 바위는 풍랑에 할퀴우고 풍화에 삭아 구멍이 여기 저기 파여서 움푹한 굴을 만들고 날카롭고 거칠게 험상궂다. 속으로도 절벽이 계속되는지 출렁대는 검푸른 물결 속에 잠긴 단애는 밀려오는 파도도 속살대는 물거품도 없이 오랜 고독에 절은 묵묵히 방문객을 무겁게 압도한다. 건물로 치면 4 높이의 절벽. 지그재그로 설치해놓은 158개의 알루미늄 계단으로 천천히 그러나 가쁘게 올라갔다. 

오르고 보니 위는 아래서 느낀 바와는 달리 굴곡이 거의 없고 비스듬한 평원, 물새와 들꽃의 천국이다. 나무도 거의 없고 잡풀들만 무성하다. 바람으로 높이 자라지 못한 풀이 땅에 바짝 붙어 있어 틀레일을 따라 걷는 길도 카펫을 딛는 폭신하다. 포유류로는 오직 작은 들쥐가 한종류 있을 다른 짐승도 없다고 한다. 물새로는 갈매기와 펠리칸이 있다. 

갈매기가 저렇게 예쁜 새였던가? 육지의 해안에서 보던 바와 달리 눈부시게 하얀 목을 길게 빼고 세련된 무늬로 맵시를 차린 꼬리를 흔들면서 아장거리고 앞서서 걸어가며 사람을 경계하는 빛이 거의 없다.  맵시와는 달리 목소리는 곱지 않았다. 전체를 점거한 갈매기떼의 노래소리? 왁살스럽게 거칠고 정신이 산란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섬 위에는 8 모양의 2.5마일 트레일이 있다. 1932년에 지어진  아름다운 등대는 섬의 남쪽 끝에 꿋꿋이 의젓한 자세로 서있다. 때로는 뿔나팔을 불기도 한다는데 듣지는 못했다. 등대를 배경으로 무리의 새떼가 군무를 벌이는 그림이 잠시 현실을 떠나 바다 위의 공중을 부양하게 한다. 캠핑을 계획하고 사람들은 무인도의 고적한 밤바람소리도 듣고 등대의 따뜻한 불빛도 보고, 캄캄한 망망대해의 쏟아지는 별빛도 감상할 있을 게다.

우리가 섬의 북쪽 끝에 있는 Inspiration Point 도착할 해무가 걷히고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햇살이 퍼지자 영화의 장면이 바뀌듯이 갑자기 바다는 한결 푸르고 섬의 들꽃은 제각각 선명한 색을 덧입고 한들거렸다. 

 Inspiration Poin 삼면 트인 망망대해의 수평선이다. 북쪽은 절벽 멀리 아래로  나머지 아나카파 2개가 푸른 바다에 끊일 이어지며 떠있어 태고적 바다의 숨결로 빚어낸 절경이 펼쳐지며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Channel Islands 제일 섬인 산타 크루즈 섬도 보인다. 주위에는 날카로운 바위가 점점이 둘러서있고 까마득한 아래에서 물개 가족이 한가로이 자맥질하는 모습이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Cathedral Cove 드라마탁한 수직의 절벽 아래 좁다란 해안이 있다. 평소 수평적인 거리감에 익숙한 우리의 시각으로는 높이로 인해 직하의 거리감이 실감이 나지 않고 마치 거울 속을 보는 같은 착시감이 든다. 물새들이 저만치 발아래에서 수시로 길게 줄지어 비행쇼를 벌이며 멀리 날아갔다가 아련하게 섬을 돌아드는 모습이 별천지의 꿈속인듯 신비한 경이다.

물새들의 비행을 보면서 절벽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팔을 벌리기만 하면 어렸을 때에 동무들과 몰두하여 재미있게 놀던 때와 같이 물새와 함께 구분 없이 어울려 멀리까지 나를 같은 기분이다. 

 

  오후가 되자 해가 잠시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때문인지 돌아오는 배가 시간 일찍 떠난다고 했다. 트레일이 길지 않아서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돌아볼 수는 있었다. 가지 아쉬운 것은 등대에는 접근을 없어서 먼발치에서만 감상했다.

날씨가 좋고 파도가 없는 날에는 랜딩 코브에서 헤엄도 치고 스노클링도 있고 카약을 타고 동굴 탐험도 있다고 한다.

Anacapa 처음의 표정으로 보아서는 우리를 웃으며 친절하게 맞아주지 않는 했지만, 결국엔 자신의 가슴을 기꺼이 열어서 소중한 보물들로 우리를 아낌없이 환대하여 감동시켰다.  Anacapa 진면목을 접한 나는 야생섬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두고두고 기쁨으로 떠올릴 색다른 경험을 함으로 진한 행복감을 보았다.  

Anacapa 태평양의 외로운 무인도가 아니라 태고의 숨결이 살아있는 청정의 지상 낙원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낙원을 그리워한다. 허나 낙원은 우리를 환대하지만 때묻고 문명에 길들여진 허약한 우리는 이미 자격을 상실했음이랴! 잠시 낙원의 공기를 마시고 발을 디뎌본 것으로만도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며 겸허한 마음으로 낙원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도록 힘쓸 일이다.

 

2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