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부채골 잎새들을 떨어 버리고
은행나무가
저문 들녘에
대빗자루처럼 곤두서서
그 빗살 끝에 걸리는
별조각을 쓸어모우듯,
베갯머리, 불면의 생각들을
나는 내 속눈섭 가지 끝에
하나씩 달아맨다
좀 자야지
아침마다 내 서리 묻은 수염을
쓸어주는 입김으로
바다 밖에는
네 세모꼴의 눈까풀
거리에는 가슴속에
모닥불을 일구는 하뉘바람소리
푸짐한 첫눈은 이미
설악산에 와 있다
Piazzolla - Oblivion (망·忘)
※ Profile · 장호(章湖)· 金長好 (1929 ~ 1999)
부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지냄.
1999년 4월 18일, 지병으로 작고한 김장호 교수의 호는 장호(章湖).
1951년 『신생공론』에 시 '하수도의 생리'를 발표하면서 등단.
77년 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 훈련대장
시극< 바다가 없는 항구>, <수리뫼>국립극장 공연
시집 『파충류의 합창』. 『돌아보지 말라』,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동경 까마귀』. 『신발이 있는 풍경』. 사후에『장호 시전집』출간.
한국시협상, 영랑문학상, 이상화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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