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 부엉이 /배정웅

2006.11.21 02:39

유봉희 조회 수:1212 추천:85

  목각 부엉이

배 정 웅


비둘기들이 집안 여기저기 똥을 갈기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지라
크다란 눈의 목각 부엉이를 지붕에다 가져다 놓았다
상생상극의 원리다

고것들이 처음 며칠간은
얼씬도 않는다 했더니
며칠 후에는 그 숫자가 더 많아졌다
어둠의 마녀인 부엉이의 진면목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목각 부엉이의 머리 꼭대기에 점잖게 앉아서
더 많이 똥을 싸대고 구구르르르 운다
사람의 하수인이된 데 대한
저들 세계의 가차없는 보복같다

부엉이는 온몸이 비둘기똥으로
비둘기처럼 하얗게 변해 갔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부엉이는
비둘기와 한무리가 되어
저 지붕 위 잿빛 하늘로 치솟아 날아오를 것 같다

*문학도시 2006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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