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2006.06.29 00:08

강학희 조회 수:884 추천:61

몽유운무화
  밤비

강 학 희


웬 전언 이리 급한가
후둑거리는 밤비의 걸음
줄줄이 하늘 길을 뛰어내려
뿌연 외등 혼자 지키는 세상 길을 간다
처마 끝 낭떠러지로, 매끄런 유리 절벽으로,
폭신한 목련길이든 뾰쪽한 솔松길이든
뚜룩 뚜룩, 또록 또록 어느 길도 마다 않고 간다

잘났다 저 혼자 더 빨리 지름길 찾지 않고
손발을 합쳐 몸을 공 굴리며
미는 대로, 업힌 채로, 앞서고 뒤따르며
합하지도 못하고 뒹굴던
먼지 살마저 안고 간다

어디도 모난 곳 없는, 어디도 감춘 맘 없는
환한 속 들여다보니 길이 있어 가는 게 아니라
제 몸 터트려 물 자리 만들며 가는구나
토르륵 토록 맑은 게 제 눈물이었구나
만사 맘 길 안에 갈 길이 있었던 걸
물길 뚫고 가는 밤, 빗 길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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