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 혹은 어울림

2006.07.14 09:49

주경림 조회 수:746 추천:75

‘무너짐 혹은 어울림’… 주경림
  무너짐 혹은 어울림

주 경 림


들꽃마을 재개발지구 공사장에는
망가진 철근들 한 무더기 모여 산으로 솟아났다
뒤엉킨 무리 중에도
어떤 것은 아직 힘이 남아 고개를 쳐들고
삐죽한 끝으로 하늘을 찔러 본다
서로 부등켜 안고 녹슨 뺨을 비비는 것들,
내 몸, 네 몸을 번갈아 감고
하나로 합쳐진 것도 있다
잘 나갈 때는 힘주어 하늘과 땅을 받치느라
콘크리트 속에서 꼼짝을 할 수 없고
혹여, 몸이 닿을까 경계했지만
이제는 끼리끼리 팔을 베고 누워 보고
등을 대고 기대앉고
싫증나면 저만큼 혼자 떨어져나가기도 한다
딱이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멋대로 뻗치고 휘어지면 그뿐,
무너져서 참 편안하고 자유로운 세상이다

아마, 우리 죽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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