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장 · 章湖

2009.11.02 14:50

유봉희 조회 수:992 추천: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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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장

장 호 (章湖, 1929 ~ 1999)


조개껍질로 바닷물을 퍼내듯이
길어내어도 길어내어도
그득히 차오르는 너

나는 빠지는가
내 안의 너의 홍수

너를 떠내느라 한 여름을 다 보내면
책갈피마다 번득이는
달팽이의 궤적

곰팡내 나는 뿌리짬을 헤체며
후미진 산자락의 버섯 같은 사람아!

새가 되어 날아갔으면
가을비가 되어 오렴

하늬바람의 통로를 열어주기 위하여
발아래 떨어지는
북한산 떡갈잎으로

받지 않은 편지에
답장부터 띄운다





Piazzolla - Oblivion (망·忘)

Profile · 장호(章湖)· 金長好 (1929 ~ 1999)

부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지냄.
1999년 4월 18일, 지병으로 작고한 김장호 교수의 호는 장호(章湖).
1951년 『신생공론』에 시 '하수도의 생리'를 발표하면서 등단.
77년 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 훈련대장
시극< 바다가 없는 항구>, <수리뫼>국립극장 공연
시집 『파충류의 합창』. 『돌아보지 말라』,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동경 까마귀』. 『신발이 있는 풍경』. 사후에『장호 시전집』출간.
한국시협상, 영랑문학상, 이상화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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