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몸에 하얀 점 박혀 있는 돌
그곳은 깊은 겨울 밤
흰 눈 내리고 있네
끝없이 내리고 있네
잊었던 고향 밤, 흰 눈 내리는 밤
그 돌 속에 들어와 있었네
눈밭에 발자국 자꾸 찍으며
고향길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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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の中に降る雪
黑い身に白い点が 刻まれている石
そこは深はの夜
白雪が降っているね
果てしなく降っているね
忘れていた故鄕の夜,
白雪の降る夜
その石の中に入りきていたね
雪ばたけに足跡を休み無く殘しながら
故鄕の道を步いているね.
2004/06/09 / 高貞愛 日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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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에 내리는 눈」은 짤막한 작품 속에 상상력의 한 전형을 보여준
참으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나는 그 작품에서 문득 옥타비오 파스의
「태양의 돌」이 보여주던 절제된 시정신의 실체를 보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중략 …… 결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고향에의
그리움을 점박이 돌 하나에 담담하면서도 의미있게 담아낸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이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들었’던
것처럼 유봉희 시인은 사물로부터 마음 속으로 그리던 것들을 찾아내고,
이야기하고, 껴안아준다. 시인은 점박이 돌 속에서 고향에 내리는
눈송이며, 고향의 눈밭을 걸어가는 그리운 발자국을 단숨에 찾아낸다.
이러한 직관의 힘은 이국생활의 정서적 체험도 작동하였겠지만,
그보다는 엘리엇의 시론이 말해주듯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생각할 수 있는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시인 윤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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