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왕복여행권을 가졌다 … (신작시집)

2012.06.13 16:30

유봉희 조회 수:466 추천:52

시간의 영속
   현장은 왕복여행권을 가졌다   


유 봉 희


길게 다리 뻗은 능선
저 아래는 실눈 뜬 바다
바위 위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소라와 조개껍질이 바위 등에 총총히 박혀 있다.
화석이 된 송곳니 같은 조그만 몸체가
몇 만 년 전 바다를 악물고 있다.

산의 높이가 바다의 깊이로 떨어지는 이곳
눈 감으면 파도 소리인 듯 바람 소리인 듯
만 년 전 소금기 먹은 바람이
바위산을 휘휘 서늘하게 핥고 있는
산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여기에서
문득 걸어가는 시간의 발을 잠시 목격했다.

그 발걸음 소리 듣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누군가는
싱싱한 해초 사이로 물고기 떼의 운무를 보겠지.
지금 개미 한 마리 자기보다 세 배로 큰 먹이를 물고
바위틈을 오르고 있는 여기에서.


↓ Dali - The Persistence of Memory (시간의 영속), 1931
Dali - The Persistence of Memory,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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