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충성!' 하면

2019.03.28 06:36

김창임 조회 수:23

남편이 ‘충!’ 하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남편이 “충!” 하면 나는 “쉬어!” 하는 게 우리 집에서의 남편과 나의 인사다. 남편은 워낙 모임이 많아서 외출하려면 들어오고 나갈 때 나에게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한때 모임이 너무 많아서 메모장에 써 보았더니, 15개나 되었다. 그래서인지 당신도 염치가 없는지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나 보다. 그런데다 ‘군번!’ 하면 바르게 서서 거수경례를 하며 ‘9 8 7 6 5 4 3 2 1!’하고 큰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 느닷없이 ‘군번!’ 해서 그 모습을 보게 되면 너무 재미가 있어 웃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 순간 나는 소대장이라도 된 느낌이다.

 어느 날이었다. 마침 명절날이어서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나는 남편을 제일 앞에 서도록 하고, 그 뒤에 아들 셋을 일렬종대로 세웠다. 그리고 “앞으로 갓!” 하면 다 같이 앞으로 가고 “뒤로 돌아 갓!” 하면 뒤로 돌아서 가고, “열중 쉬어!” 하면 ‘쉬어’자세를 하여 소대장으로서 기강을 잡았다. 그러면 내 지시에 따라 절도 있게 움직이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모른다. 거기다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군가 ‘진짜 사나이’ 까지 불렀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남편은, 당신은 군대도 가지 않았는데 왜 군대 이야기를 쓰느냐고 했다. 그래서 나는 비록 군대를 못 갔지만 아들을 셋이나 군대에 보냈다고 했더니  자기는 나와 말을 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며 피식 웃었다.

 남편의 이야기로는 군대에서는 귀잠을 자다가도 중대장이 느닷없이 ‘집합!’하며 비상을 걸면 장병들은 순식간에 집합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늦을 경우에는 기합을 받아야 한단다.

 부산화학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어느 날 한 병사가 잘못을 했단다. 그런데 하사관이 소대원 전부를 집합시키더니 구둣발로 배를 차 창자가 터지는 것 같은 아픔도 겪었단다. 훈련소에 들어가 집에서 가져온 돈을 모두 빼앗아 가버리면 안되기에 그 돈을 어떻게 하면 빼앗기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단다. ‘아! 땅속에 묻어두자. 그러면 모를 거야.’ 하고서 누군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땅속에 묻어둔 뒤에 꺼내다가 먹고 싶은 빵을 사 먹곤 했단다. 그렇게 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배가 고프더란다. 그래서인지 군복무 시절의 사진을 보면 살이 붙어 토실토실했다. 그 뒤 제대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이 빠져 정상으로 오더니 몸은 아주 정상인데 주름이 많이 생겼단다. 군대에 있을 때 몸 관리를 했더라면 지금은 주름이 별로 없을 텐데 그 주름이 남편을 신경 쓰이게 만든다. 얼굴에 팔자 주름이 없었더라면 남편의 나이가 10년 정도 더 젊게 보일 수 도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 ‘충성!’이라고 매일 외쳤으니, 남편은 내게 충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청소를 부탁하면 청소를 해주고, 세탁을 부탁하면 세탁을 깨끗이 해 주어야 하며, 운동을 하려면 같이 가서 운동을 해 문제가 생기지 않게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남편은 강원도 화천에서 육군으로 3년 동안 군복무를 했다. 우리 큰아들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팽성읍 진료소에서 3년을 복무하고, 둘째아들은 포천에 있는 육군에 들어가서 2년 정도 복무를 했다. 막내아들은 경남 사천에서 공군 취사병으로 3년 가까이 복무를 했다. 막내는 군인들의 그 많은 음식을 해주느라 발에 무좀이 생길 정도로 고생을 했다기에 처음에 무척 짠했는데, 나중에 군기가 빠져 다시 내가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공군은 복무기간이 길기는 해도 휴가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왔다. 너무 자주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면회 갈 필요가 없어서 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둘째는 의무학교에 있을 때 면회를 간적이 있다. 사전에 무엇을 가져가느냐고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초코파이, , 통닭 그리고 피자를 가져가면 좋아한다기에 그것을 넉넉히 사고 음료수도 샀다. 남편과 함께 부대를 찾아가 둘째를 만나게 되니 너무나도 반가웠고 아들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우리 셋이서 공주에 있는 갑사에 가서 산책을 하며 즐겼다. 그렇지만 길지 않은 고빗사위시간이어서 바로 헤어져야 하니 마음이 어두워져 가고 아들은 아들대로 서운해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이별을 하려는데 나무숲에 있던 귀여운 새가 밝은 소리로

  “아줌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안심하고 가세요.

라고 웃으며 재잘거리는 것만 같았다.

 군대는 외롭고 두려운 곳이 아니고 신체 건강한 사람이 씩씩하게 훈련을 받고, 나라를 지켜 ‘우리를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 단계 성숙해지고, 여자는 아기를 낳아 길러보아야 비로소 의젓해진다.’는 말을 누구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특히 우리 아들들은 집에서 북적거리면서 살았기 때문에 군복무를 잘하고 전역을 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그런데 아들을 군에 보낸 뒤 나를 제일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아들이 입었던 옷과 신발’이 집으로 배달되었을 때였다. 그 때는 어찌나 마음이 허전하고 짠하던지 지금도 그 당시가 잊혀 지지 않는다. 그 뒤 들어보니 다른 어머니들도 나처럼 모두 그랬다고 한다.  

 ‘충성’이란 말속에는 크게는 ‘언제 어느 때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굳건하게 지키겠다.’ 군인들의 굳은 의지가 내포되어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모님께서는 자식들을 믿고 가정에서 마음 편히 잘 지내면 되겠다. 아니 오히려 너희들이 군 생활을 잘하는 동안 우리 부모들도 열심히 일하여 잘사는 나라, 잘사는 가정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살아야겠다. 둘째와 막내아들이 군 생활을 마친지도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그들이 군에서 병사로서 맡은바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무사히 제대를 하여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선에서 군인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고생하고 있어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살고 있다, 국군장병들과 그들의 부모님께 박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9.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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