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손주 소식

2019.03.30 07:14

정석곤 조회 수:3

일곱 번째 손주 소식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석곤

 

 

 

 

 

  나는 아들 셋과 며느리 셋, 손자 넷에 손녀가 둘이어서 행복하다. 토요일 아침, 막둥이한테 카카오톡을 받았다. 흑백 사진이다. 눈을 더 부릅뜨고 보았다. 임신 사진이 아닌가? 깜짝 놀랐다. 두 번째는 파란 하늘에 노란 조각달이 떠있고 그 안에 갓난아이가 엎드려 있다. 머리 위로 'WATING FOR MY BABY'라는 말도 있다. 다음은 문자로 사연을 말했다.

  “아버지∼ 조심했는데 셋째 주셨네요∼∧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아내에게 카카오톡을 보여 주었다. 곧바로 아들며느리에게 셋째를 잉태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축하한다. 기도하며 잘 양육하길 바란다는 축하 말에 기도해 주겠다는 약속도 전했다.

  “아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도록 기도부탁해요.

  아들며느리한테서 문자가 왔다.

 

  손자 태산이 임신 소식은 런던올림픽 개막식 날 한낮에 며느리가 전해 주었다. 하늘을 날듯이 기뻤다. 남은 여름 동안 청량제가 된 것 같았다. 손녀 태이는 늦봄에 소식이 날아왔다. 광주에서 있는 지인의 아들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할 때였다. 며느리가 싱글벙글 웃는 목소리로 소식을 알리면서 기쁘시냐고 확인까지 했다. 나도 맞장구를 쳤다. 딸을 낳도록 특별 기도도 부탁 받았다. 이번엔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전화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그것도 막둥이가 소식을 전했을까? 왜 딸 같은 며느리가 되겠다는 속맘을 남편한테 미루었을까? 내 머리 속엔 이런저런 생각이 맴돌기 시작했다.

 

  며느리는 201111월에 다섯 살 연상인 같은 대학교의 의상학과 동문인 막내아들과 연애 끝에 결혼했다. 20133월에는 첫 아들을 출산하고 다음해 10월엔 딸을 얻었다. 둘을 보란 듯이 양육하려 애쓰고 있는 게 샘이 날 정도다. 이제 셋째를 가졌으니 ‘다둥이맘’ 대열에 들어선 게다. 그러나 아들 내외는 얼마나 오랜 고민을 했을까?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알고 감사하며 받겠다는 결단과 각오가 참말 고귀하고 자랑스럽다.    

 

  나도 결혼하고 나서 아내하고 대여섯 해 동안 자녀 다섯을 낳자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아내는 예수병원에서 셋째 상인이를 해산하고 한 달도 못돼 단산(斷産) 수술을 했다. 셋이 넘어도 어머니께서 다 키워주시겠지만, 양육비 부담이 크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막둥이 결혼 날이 가까울 무렵 황소 꿈을 꾸고 나서 자녀를 아빠 따라  셋을 두려나 해몽도 해보았다. 이제 그 꿈대로 이루어진 게 틀림없다.

 

  일곱째 손주가 잉태(孕胎) 되어서 참 좋다. 그런데 태산이나 태이처럼 흡족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 아내도 며느리가 첫째 둘째 임신 때보다는 얼굴빛이 달랐다. 시큰둥하며 아들 며느리한테 천천히 축하전화를 했다. 임신 8주가 됐단다. 예로부터 “아이들이 제 밥그릇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을 하는데, 부모가 아이들이 자라 캥거루족, 빨대족, 자라족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립할 때까지 책임을 지지 않는가? 이런 경제적인 걱정이 천하보다 귀한 새 생명 탄생의 기쁜 소식을 잡아들이는  건 아닐까?

 

  2012,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녀 1인당 전체 양육비가 18964천원이라고 했다. 여섯 살인 태산이와 네 살인 태이가 성남시 분당에서 유치원에 다닌다. 지금도 매달 교육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며느리는 자기가 유치원어린이 마냥 즐거워한다. 지금까지 둘을 양육하느라 힘들었고, 앞으로도 더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하나를 더 했으니 허리가 휘어질 거라는 두려움이 막둥이내외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니었을 성싶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자녀를 포기한다는 3, 5포를 넘어 7포 시대라고 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0.98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결혼만 해도 동메달 애국자요, 자녀 하나만 둬도 은메달 애국자며, 둘을 두면 금메달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며느리는 셋째를 임신했느니 금메달 2관왕 애국자가 된 셈이다. 얼마나 대견스러운 일인가?

 "아자, 아자, 막내아들며느리 파이팅!"  

                                            (201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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