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불인견

2019.06.14 05:50

김백옥 조회 수:7

목불인견 目不忍見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수필창작반  김백옥

 

 

 

 

   정상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경지를 목불인견이라고 한다. 나는 오늘도 그 장면을 보아야 되며, 12일째 아침저녁으로 보고 있다. 한 순간 정상에서 나락으로 추락하여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아침저녁 30분씩 허락하는 면회 시간에만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호전되기를 기대하며 달려가면 기대치 이하일 때가 더 많다. 9일째 드디어 실눈을 뜨고 오른손이나마 움직여 잡아주는 기적을 보면서 마음에 소망이 일었다. 십여 년이 지난 일이다. 동료 윤00 장로님이 위암 투병을 하는 동안 집안에 있으면서도 일체 면회를 사절하므로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그러다가 천국으로 가셨다. 그 사정을 이제 알듯하다. 원래 그분은 체육과 음악에 튀어난 분이라서 테너음성으로 교회에서 복음성가를 인도할 때는 교회 안에 은사가 머무는 멋진 분이었다.

 

  사람들은 투병중인 환우를 보고 싶어 한다. 평생 연결된 정을 잊을 수 없어서일 것이며, 행여나 떠나기 전에 눈도장이라도 찍고 숙연한 마음으로 보내드리고 싶어서 그럴 것이다. 모두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러나 너무 험하게 변한 자기 모습의 노출을 꺼려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만약 아내가 정신이 온전하다면 그 장로님보다 더 더 면회를 사절했을 것이다.

  매주 한 번씩 염색을 하고 3일 전에는 파마까지 했다. 병상 침대에서 미용사도 아닌 남자 간호사의 손에 의하여 머리를 깎였다. 머리 부스러기가 그대로 붙어있어 가족의 손으로 면 테이프로 찍어냈다. 머리를 깎은 아내는 70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머리 우측에 작은 스트론 한 개를 부분 마취하고 꽂아서 긴 호스로 뇌에 고인 피를  뽑아내는 수술이다. 10일 만에 제거했지만 수술 후 2일 아침 호흡이 극도로 곤란하여 '기도삽관'을 실시했다.

  일단 평정했으나 폐와 신장 기타 장기에서 부작용이 속출하므로 온몸에 십여 개의 바늘과, 호스로 연결하고 산소마스크 안에는 식도로 연결하는 관을 꽂았다. 입술을 고정하는 고무호스가 물려있고 소변을 흐르게 하는 요관이 설치되어 마치 실험용동물을 연상케 했다. 근육이 사라지고 피골이 상접한 팔뚝에는 여기저기 피멍이 들어서 안타가워 볼 수가 없었다.

 

  이 비참한 모습을 보는 걸 한 번도 거를 수 없었다. 손을 만져주고 발을 주물러주며 듣든 못 듣든 위로의 말을 전하고 나온다. 한번은 눈을 뜨고 아는 척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나올 때는 마음이 아프고 쓰라려 견딜 수 없었다.

 

  "당신이 없는 빈자리가 너무 쓸쓸해요. 백화점 같은 당신방의 그 많은 물건들은 주인이 안 온다고 서글픈 소리로, 찌푸린 얼굴로 당신을 기다려요. 화단에 난 꽃이 만개하고 이층 고추를 심은 화분에서는 맛있는 풋고추가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만신창이로 고생한 당신을 여행 간 줄 알고 손꼽아 기다리는 당신의 벗들이 애달파 해요.

  여보 살아만 돌아와요! 지팡이를 짚어도 차로 드라이브는 할 수 있지 않아요?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당신의 모습이 필연적 과정이라고 한다면 너무 슬프고 아파요. 조금만 더 참고 있어요. 반드시 살아서 즐거운 얼굴로 상면하고 이 글을 읽으며 웃고 살도록 말이에요. 여보, 조금만 더 참고있어요. 당신은 꼭 회복하여 돌아올 수 있을 거요. 꼭 그럴 것이오."

                                               (2019.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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