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의 일서는 중천황금

2020.01.22 22:55

김창임 조회 수:24

장부의 일서는 중천황금( 丈夫一書重千黃))

 신아문예 대학 수필 창작 금요반 김창임

 

 

 

  <장부의 일언은 중천금(丈夫一 言重千)이다.> 라는 말은 ‘장부의 한마디는 천금같이 무겁다’라는 뜻으로 곧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라라는 뜻이다. 이것은 자주 들어온 말이다. 그렇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어찌하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생각한 것이 장부의 일서는 중천황금( 丈夫一書重千黃)이다.

  남편의 귀한 저서 <맹물처럼 순수하게> 70쪽을 보면 ‘너무나 소중한 당신’이란 글이 뚜렷하게 나온다. 나는 그 글을 읽은 뒤 황홀경에 빠졌다. 내가 남편에게 그토록 소중하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길을 가다가도 웃음이 저절로 뿜어져 나온다. 앞으로는 효자로 소문난 남편에게 내가 제일 우선순위에 오르다니 그보다 기쁜 일이 없으리라. 나의 얼굴이 더욱 밝아진다. 그리고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 건강이란 마음에 달려있으니까.

 

  어느 날이었다. 사촌 시누이가 정읍으로 이사를 오셨다. 나에게 “올케, 자네가 우리 사촌동생 고안상을 잘 사랑해주면 좋겠네.” 하면서 옥수수로 만든 튀밥 한 포대와 동치미 한 박스, 마늘장아찌를 가져왔다. 그리고 자기 사촌 남동생이 불쌍하다고 했다. 어머니가 두 분이 계셔서 많은 고생을 한 내 남편이 매우 불쌍하단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더니 건강한 남편을 불쌍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분 어머니가 서로 경쟁하듯 사랑을 주었다. 온갖 비위를 맞추며 살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어 행복하게 사는 편이다. 그런데도 시누이는 그렇게 말을 한 것이다.

  하여튼 옥수수 튀밥을 감사하게 받았다. 튀밥의 양이 매우 많아 이웃집에 갖다 드리고, 내가 다니는 찜질방에 갖다 드리니 아주 좋아했다. 많이 있을 때 나누어 먹어야지 우리가 그 많은 옥수수 튀밥을 언제 다 먹겠는가? 오히려 나는 군것질을 안 해야 하니 더욱 나누어 먹으려고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은 군것질거리인 옥수수 튀밥을 매우 좋아한다.

 

  어느 날이었다. 늦은 가을이어서 가는 곳마다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국화꽃 향기가 짙게  풍겼다. 익산에서 하는 천만 송이 국화축제에 가다가 충돌 사고가 났다. 119에 신고하여 들것에 실려 가는 중이다. 그이는 청바지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느라 젖 먹던 힘까지 쓴다. 시동생에게 점심값을 준다. 갈비뼈가 세 개나 부러진 상황인데 그렇게도 착실하니 이상했다. 그렇게까지 돈을 아낌없이 주면서, 정작 그 튀밥을 찜질방에 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그이는 군것질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남편과 다른 성향으로 타고났다. 그런데도 자기와 똑같이 먹게 한다. 간식을 먹어서는 안 되는 나에게 자주 준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남편은 절제 생활을 잘하는 나를 오히려 방해한다. 자기가 혼자 먹기 미안해서 그런 것인가. 나를 사랑해서 그런 것인가 알 수 없다. 옷도 단정하게 입었는데 자기가 좋아한 색으로 입기를 원한다.

 

  어느 날이었다. 옷을 사준단다. 옷가게에 갔다. 노란 티셔스가 마음에 드니 그걸 사란다. 나는 젖가슴이 드러난 옷은 싫어한다. 항상 점잖은 스타일을 좋아한다. 직업도 교사이고 성격도 내성적이다. 무난한 옷을 입어야 마음 놓고 외출한다남편의 외모는 중간은 넘는다. 그러나 안목은 수준이 낮은 것 같다. 그런데도 고집을 피운다. 할 수 없이 그거라도 안사면 손해일 것 같아서 마음에는 안 들지만 사게 되었다. 민망하기 때문에 속에다 살며시 입었다.

  나는 자립심이 좋아서 건강식품을 잘 챙겨 먹는다. 남편이 경옥고를 사 왔다. 남편은 날이면 날마다 먹었느냐고 묻는다.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 앞으로는 묻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했다.

 

  내 입장에서는 한 번도 아니고 너무나 자주 하니 듣기가 거북하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석 자리 반’이라지 않던가? 명절이 돌아오면 신세를 진 지인이나 어른들에게 간단한 선물이라도 한다. 남편이 신부님이나 수녀님, 그리고 대자, 심지어 자기 외가의 형님들까지 다 챙긴다. 참 잘한 일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선순위가 제일 먼저이고 또 우리 친정에서 아낌없이 도와주었는데, 그 분들에게는 신경을 안 썼다고 한다.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깜짝 놀라서 재빨리 두 오빠 댁에 선물을 보낸다.  

  말을 쉽게 내뱉으면 거짓이 되기 쉽다. 너무 번거롭게 하면 실수가 된다. 말이 곧 글이 된다. 내가 자기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존중해주고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등 뒤에 신앙인과 수필을 쓰는 사람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그 꼬리표 값을 하려면 많이 참고, 많이 신뢰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생활을 해야 하리라. 또 가슴에 다짐하자. 장부의 일서는 중천황금( 丈夫一書重千黃))이라는 것을. 

 

 

 

 

                            (2020.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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