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엄마

2009.01.16 09:40

성민희 조회 수:49 추천:2

2008년 10월 20일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는 곳에 취직이 되었다며 엄청 기뻐하던 아들. 금융 대란 탓에 출근하기로 한 회사에서 내년 7월까지 기다려달라는 소식이 왔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며칠을 들락거리더니 삼촌과 의기투합. 삼촌 회사에 출근하기고 했단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주며 출근하는 아들을 배웅한게 겨우 3개월. 시간이 너무 낭비 같다며 그만 둬 버린다. 지가 무슨 큰 일 할게 있다고 돈 만드는 시간을 낭비로 생각하는지 마음 같아서는 그냥 콱 쥐어 박고 싶지만 그래도 관계 유지는 잘 해야지 싶어서 꾹꾹 참고. 한 밤까지 놀고 한 낮까지 자고. 밤낮이 확실히 바뀌어 백일 갓 지난 아기들이 하는 짓을 해도 모른 척 암말 않고 있었더니 어제는 웬일인지 저녁을 같이 먹자며 일찍 들어왔다. 마침 남편은 모임 갔다 오는 길이라 둘이서 외식하자며 식당에 앉았는데 "엄마. 나 멕시코에 캠핑 갔다올께." 순간 스무살도 넘은 나이에 이 무슨 철없는 소리인가 싶어 숨이 턱 막힌다. "뭐? 캠핑? 누구하고?" "친구들 몇 명이 같이 간다." 거지떼처럼 몰려다닐 꾀죄죄한 아이들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무슨 친구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교 친구들 몇 명." 대학 친구들이라니 조금 안심이 된다. 요즘 인베스트먼트 뱅크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잘렸다고 하던데. 백수 친구들이 뭉쳤구나 생각하니 조금 측은하기도 하다. 이 시대 탓인걸 어떡하리. 그래도 그렇지. 겨울이 오는 이때에 뭔 캠핑? 그것도 멕시코로. "멕시코는 위험하다고 하던데." 대놓고 뭐라 할수는 없고. 위해주는 척 한 한마디에 녀석 눈이 둥그레 진다. "왜?" "멕시칸들이 미국서 오는 사람들 한테 해꾸지 한다고 하던데. 사기도 치고. 갱들도 많고." "멕시칸이 왜? 거긴 멕시칸 별로 없어. 엄마." "아니, 멕시코에 왜 멕시칸이 없노?" "엄마아~~~ 멕시코가 아니고 뉴 멕시코. 아리조나 옆에 있는 ----" 이런 이런!! 이런 무식이 있나. 그러고 보니 뉴 멕시코란 주 이름을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미국 지도에 웬 뉴 멕시코? 갑자기 지명을 지은 사람이 원망스러워진다. "그래? " 아들은 킥킥 웃는데 또 다른 생각이 퍼뜩 든다. "거기도 바다가 있나? 호수가 있나? 사막 일낀데. 거기서 무슨 캠핑을 하노? 요새 너희들은 사막에서도 캠핑하나?" 푸하하 아들이 드디어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캠핑이 아니고 캠페인~~~" 뉴 멕시코로 오바마 선거 캠페인 도우러 간다는 말을 멕시코로 캠핑 간다는 말로 들었으니 이 대책 없는 에미를 우짜몬 좋을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99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30
6498 당신은 누구인가 / 김영교 김영교 2010.02.19 42
6497 포츈쿠키 이월란 2009.01.15 56
6496 너 잘났다 정용진 2009.01.15 48
» 대책없는 엄마 성민희 2009.01.16 49
6494 새벽안개 장정자 2009.01.15 57
6493 천년 전의, 천년 후의 약속 박영숙 2009.01.14 65
6492 동반자 /한 /영 시 박영숙영 2009.01.14 53
6491 걸어오는 사진 이월란 2009.01.13 40
6490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62
6489 나는 꽃 / 석정희 석정희 2009.01.13 58
6488 윤회 박정순 2009.01.11 62
6487 홍시 박정순 2009.01.11 40
6486 바람 (신년시) 정해정 2009.02.02 47
6485 할머니의 시간 이월란 2009.04.21 54
6484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53
6483 올해의 운 박정순 2009.01.08 40
6482 인연 박정순 2009.01.08 55
6481 비의 역사 이월란 2009.01.07 47
6480 스팸메일 이월란 2009.01.07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