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내친구
2009.04.22 07:52
예쁜 내 친구
내 친구는 참 예뻤다. 무척 친한 친구여서 늘 함께 다녀 ‘그림자’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우리사이는 각별했다. 그 친구가 있는 자리는 항상 내가 있어야 하고, 내가 있는 곳에 그 친구가 없으면 사람들이 왜 혼자냐고 물어보았다.
그렇게 가까이 지내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늘 그녀의 뒷전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디엘 가나, 어른들을 만나든지 같은 또래를 만나든지 언제나 친구는 관심의 대상이고 나는 밀려났다. 특히 한창 예민할 사춘기에 함께 남자아이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항상 그 친구만 이야깃거리로 떠올랐다. 키는 서로가 비슷하고, 체중도 비슷했다. 그래서 가끔 나도 조금은 관심을 받을까 하여 긴 목을 늘려 빼고 기웃거려보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게 그 기회가 오지를 않았다. 얼굴이 유난히 예쁜 친구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늘 꽃이었다. 워낙이 그 친구는 예뻐서 외모에 관한한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그래서 옷도 잘 입고, 자신을 잘 가꾸어서 예쁜 얼굴을, 그리고 아름다운 몸매를 더 돋보이게 하고 다녔다. 그런데 비해 나름대로 한 인물(?)하는 언니 오빠들 속에서 ‘미운 오리새끼’ 막내로 때어나 늘 이러 저리 치이고 자랐다. 그런 연유에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못난이’로 대놓고 부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듣고 자란 나는 한 번도 자신을 다듬고 가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저 늘 생긴 대로 살아가는 나였으니까. 나에게 때때로 그것이 아픔이고, 슬픈 일이었다.
가끔씩 마음에 불만이 일어날 때도 있었다. 왜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예쁘게 낳지 않으셨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 나도 다른 이들에게 한 번쯤 관심의 대상으로 오르고 싶은 간절함. 남들 앞에서의 당당함이 나에게 없는 안타까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릴 때 한 번도 그 친구를 질투하거나 미워해본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그 친구의 아름다움이 나에게 마저도 자랑이었는지도 모른다. 저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가 나의 친구라는 것이. 어디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칭찬하고 친구와 함께 기뻐했다.
그러나 내 속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겉모습은 어차피 따라갈 수 없다. 그것을 따라가려다 괜히 마음만 다칠 것 같아 아예 포기하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곳을 가꾸려고 마음먹었다. 속을 알차게 가꾸어 친구와는 다른 부분으로 나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 노력은 변치 않았고 노력의 결과는 나타났다. 교회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친구보다 내가 앞섰다. 그런 부분은 한 번도 뒤지지 않았다. 이를 악, 물고 노력한 결과였다.
감사한 것은 친구 또한 그 부분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지냈다. 내가 친구의 아름다운 외모를 인정하는 만큼 친구는 나의 다른 부분을 늘 인정했다. 예쁜 여자들이 거의가 그렇듯이(?)자존심이 유난히 강한 친구였지만 늘 나에게는 이것도 물어오고, 저것도 의논하며 나에게 조금 더 있는 내적인 부분에 대해 도움을 청하곤 했다. 아마 그랬기에 서로가 너무 다르면서도 우리는 끝까지 그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나보다. 주위의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우리의 그런 다른 면을 늘 이야기하고 인정했으니까.
난 예쁘지 않아도 속으로 꽉 찬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친구의 아름다운 외모에도 편안해 질 수 있었다. 친구는 자신의 외모가 늘 자랑스러웠고 그로인한 당당함이 있었기에 나의 다른 면을 인정해주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터였다.
사회에서나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남의 모습을 보고 그를 인정하는 것이 인색하다. ‘너와 다른 나’, ‘나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는 너’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가보다. 다른 이들이 가진 장점을 질투하기보다 인정하고,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기보다 그저 남과 다른 부분이라고 감사함으로 다른 이를 감싸 안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터인데.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실 때 각각의 얼굴을 다르게 지으신 것처럼 그 누구도 똑같은 모습을 만들지 않으셨다. 하나님이 인간을 그렇게 다르게 만드신 것은 서로가 융화를 이루고 화합하며 하나의 온전함을 만들어 가라고 하신 것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혼자서는 결코 완벽할 수 없기에.
상대방에게 없는 장점 나에게 있다면 겸손하게, 그러나 감사한 마음으로 나서서 아름답게 보완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너의 그 뛰어난 능력으로 나의 부끄러운 부분을 덮어줄 수 있다는 생각과 나에게 있는 단점 너에게 없다면 그의 옮음을 인정해주어야 할 일이다.
진정한 겸손이란 교양 있는 목소리로, 우아한 표정으로 “아유... 아니예요... 저, 못해요.”라며 앙큼한(?) 속을 감추고 겉으로만 엉덩이를 빼는 것이 아닐 게다. 차라리 자신과 남의 장점을 똑 같이 인정하고, 나와 너의 단점, 또한 있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임을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 겸손 아닐까.
서로 다름을, 결코 같지 않는 인간으로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를 이해하고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사회와 교회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4/22/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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