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산책

2009.12.21 16:10

강성재 조회 수:44

언 땅에서도 늘상 푸른 솔잎들아
내가 언제 양식이라도 될만한 거름을
거두어 본 적 있었던가
수액을 모두 빼앗긴 채 말라 죽은
일년생 들풀같은 몸이라도
지탱해 본 적 있었던가
언제부터 이 산길을 걸었는지도 모르는 석양녘
낮과 밤의 틈새에 끼인 심장은
아직 뜨겁다

돌부리에 걸려 흐르는 핏물을 본다. 보면,
언제나 푸른 솔잎과 쓸쓸한 오두막 하나와
자욱한 안개의 공포
숲속을 배회하는 바람은 비명을 지르고
돌부리에 휘감긴 풀잎은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발바닥을 찌른다
차마 먼 길 가지 못할것이나
슬프지 않다

슬프지 않음이나
아프지 않음이 아니다

새 한마리 풀잎에 걸린 씨앗을 물고 하늘을 난다
잘 익었으니 꽃 피울 것이다
오래 오래 피어 있을 것이다
13월의 아침에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59 나무와 조각가 이영숙 2009.11.17 54
7458 소통(疎通) 강성재 2009.11.16 49
7457 테스트 이월란 2009.11.16 60
7456 가을 죽이기 이월란 2009.11.16 65
7455 사랑의 기원起源 이월란 2009.11.16 31
7454 리크 leak 이월란 2009.11.16 48
7453 잠버릇(견공시리즈 47) 이월란 2009.11.16 61
7452 인사동을 걷다 박정순 2009.11.21 60
7451 추억 최상준 2009.11.16 66
7450 황혼이혼 강성재 2009.11.15 55
7449 로맨스? 그건 불륜 노기제 2009.11.15 40
7448 산타로샤에서 박정순 2009.11.14 47
» 13월의 산책 강성재 2009.12.21 44
7446 여행의 목적 서용덕 2009.11.13 54
7445 말렝카 구자애 2010.02.19 69
7444 春泉이 가까웠나 보다 백선영 2009.11.11 30
7443 천정에 불빛 한 줄기 안경라 2009.11.14 55
7442 미역국------------------------덴버 이월란 2009.11.11 62
7441 바람의 그림자 이월란 2009.11.11 61
7440 진화 이월란 2009.11.11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