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을 걷다
2009.11.21 15:43
인사동을 걷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가슴 속에는 등불을 하나 켜고
사는 것과 같다고 한다. 어쩌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닌 나란히 마주 보고 걸어가는 길,
11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여름옷을 정리하고
겨울옷을 꺼내 다림질을 하다가
지인을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상을 탈출한것처럼
인사동을 온 것이 언제였던가?
작가로서의 내 문화생활은 엉망인것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인사동에서는
귀를 조금만 귀울이면 문학이야기, 그림이야기, 음악이야기가
솔방솔방 흘러나온다.
그래서 인사동을 선정한 배려가 고마웠다.
풍경소리...작고 아담한 까페에는 손님이 없었다.
테이블위에 있는 초에 불을 켜 달라고 했더니
옆좌석에 계신 분들이 자신들의 테이블에 있는 초를 건네주면서
"등소화처럼 아름다워요."
"아니 왜 옆좌석에 그렇게 신경을 써세요?"
등소화 촛불이 순식간에 옆테이블로 넘어가자
일행중 한분이 책임추궁을 했다.
그말을 듣고 있는 선배는 어쩔 줄 몰라
어색해 하는 표정을 지었고
초면인 두 테이블 사람들은 함께 웃었다.
등소화 한송이가 나폴 나폴 꽃잎을 팔랑거리며
우리들의 마음을 밝게 비춰 주었다.
찻집을 나와 걷는
싸아한 겨울바람이 좋았다.
오래전에 문즐 시인들과의 만남이
희미하게 스쳐지나갔다.
따뜻함이 전이되는 오랫동안 서 있고 싶은 인사동 거리에
어둠이 찾아들고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내일의 희망을 찾고 있었다. 겨울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는
어쩌면 다시 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나의 가슴속에 등불을 켜고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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