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2013.03.26 08:44

이용애 조회 수:2

<시>

           경계선
            
                  이용애  

병원에 도착 할 때 까지는
의식이 제자리에 있었다

응급실 문턱을 넘는 순간
내 실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의 부재 상태가 얼마나 계속 되었을까
아! 얘기 소리가 들린다

내 시야에 들어온 얼굴들 낮 익다
아들이 묻는다 내 말 알아들으면
눈을 두 번 깜빡 깜빡 해 보세요
깜빡! 깜빡!
엄마가 아직 말을 못 알아듣네!
아닌데! 그게 아닌데!

아들아 나 알아 들었어!
그런데 내 목소리는 어디로 갔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지금 경계선에 서 있는 걸까
그 쪽 세상을 볼 수만 있을 뿐
소통이 불가능한 그 경계선에

이렇게 볼 수 있고 들리기도 하는데
옆에 있어도 아주 먼 세상인 그쪽과 이쪽
아직은 경계선 반대편으로
넘어가진 않은 것일까

한 밤중부터 의식을 놓쳤던 하루
그 경계선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나는
내가 있던 그 자리가 자꾸
머릿속을 파고든다

운 좋게 덤으로 돌려받은 남은 여정旅程이다
새롭게 가꿀 순 없을까
내가 원했던 반짝이는 여정旅程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