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 달팽이

2013.04.11 11:01

이주희 조회 수:54




텃밭 달팽이 / 이주희


    단칸방이 답답해서

    두 뿔 올려 떠나는 이사길

    엉금엉금 배추밭 지나

    살금살금 상추밭 지나

    풋풋한 향기가 앞서 있네

    정말 떠나기 잘했어


    어두운 그늘이 싫어

    고달픈 봇짐 지고 여행길

    느릿느릿 풀밭을 지나

    헐레벌떡 보리밭 건너

    고향의 향수가 뒤 따라오네

    공연히 길 떠났나 봐


    역시 살던 곳이 좋아

    설레며 돌아가는 고향길

    으샤으샤 파밭에 와서

    어기영차 텃밭에 와서

    아이 목소리가 들려오네

    나를 마중 나왔나 봐


    -(머리 깎는 채송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