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마솥

2013.04.23 03:55

이주희 조회 수:2



가마솥 / 이주희






-머리 깎는 채송화에서-



    소홀히 하면 토라져
    뻘건 녹물 다 드러내고
    소중히 하면 윤기로 반들반들
    빛을 내는 가마솥

    어찌 감미로운 것만 사랑이랴
    미움도 사랑이지
    어찌 청춘만이 행복이랴
    시드는 것도 행복이지

    철철 넘쳐나게 섞어 넣어라

    어찌 배운 이만 애국하랴
    쓰레기를 주워도 애국이지
    어찌 배부름만이 인생이랴
    허기진 것도 인생이지

    폭폭 고소하게 뜸을 들여라

    어찌 날래다고 네 자리냐
    잠시 머물러도 내 자리지
    어찌 부뚜막에 걸쳐놓고
    자리 차지해주는지

    박박 긁어가라
    누룽지 내어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