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봉에 핀 산철쭉
2006.03.09 06:27
두루봉에 피묻은 산철쭉 피어
산은 지금도 어린아이 소리를 낸다
사내도 계집도 아닌 산이 낳은 아이
산아래 세상 기웃거리다 눈멀었다던
시름시름 앓다가 숨거둔 아기 무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두루봉 동굴이 세상에 알려지던 날
늙은 여우는 목쉰 울음을 컹컹 토했다
소문엔 여우 잡으러 동굴 들어간 광부
자신의 간을 꺼내 늙은 여우 잡았으나
눈맞아 살림 차려 낳은 아이일거라고
늙은 여우가 언제부터 그곳에 살았는지
사만 년 지난 올 봄도 산철쭉이 피었다
불타는 별똥별이 떨어진 자리
간이 없는 광부의 유골과
성기가 없는 아이의 뼈가 발굴된 동굴
지금도 늙은 여우가 살고 있는지
산기슭에 새 주막집이 생기고
아련히 주술 같은 아기 울음 들린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두루봉 동굴; 충북 청원군 문의면 시현부락에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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