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2011.02.10 04:38
귀향
거대한 풍차언덕이 장관을 이루는 팜 스프링을 지나
모래 구릉위로 둔버기 넘실대는 고든웰스를 지나
세월이 멈춰서 있는 풍경들을 지나고 지나
떠난사람도 남은사람도 영원히 살고있는
애리조나 유마에 다다랐네
이 땅을 제 하고는 나의 이민사를 온전히 엮을 수 없는
나 처음 미국 와서 살던 곳
내 살던 집에서는 낯선 불빛 새어 나오고
내 다니던 교회가 하얗게 늙어가고 있네
툭 치면 먼지 풀썩 일 듯, 추억
잠시 몸 일으키다가 조용히 가라앉네
허허벌판 사막에는 유럽황실처럼 번듯한 건물들의 위용
물 없이도 번성하는 선인장처럼 흥 하는구나 카지노
이름만으로도 별천지 영혼의 수액 쪽쪽 빨아들일 것 같은
시간의 여울이 가뭇가뭇 구름조각으로 흩어지네
아무에게도 읽히지 못한 한 권의 책처럼
아무것도 아닌 듯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저승 가서 바라보는 이승 같을까?
-오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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