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상
홍인숙(Grace)
자판을 뛰어나온 글자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다니며
세상을 이룬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음과 마음을 전해준다
불행할 때라도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일까 만은
시시각각 변모하는 세상에서
개미처럼 나약해지는 모습도 잊은채
한순간의 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헤쳐 나올 수 없는 바다에
풍덩 던져진 노을처럼
수심(水深)깊은 세상에서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을 안는다
자판을 뛰어나온 글자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다니며
세상을 이룬다
빛의 미소로,
구름의 눈물로
빠르게 세상에 씨앗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