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요술베개
홍인숙(Grace)
새벽 세시
알 수 없는 내 안의 비명소리로 일어났다
곤히 잠에 취한 컴퓨터를 깨우고
올망졸망 미명의 길목 기웃거린다
내 이름의 명찰 달고 홀로 밤을 지키는
작은 방들을 돌아보고 편지함에서
이슬 젖은 편지를 꺼내 읽는다
잠든 이웃집 창가에 새벽 입김으로 서성이다
멀어지는 잠의 꼬리를 더듬어 황급히
달리는 시계 바늘을 쫓아간다
싸늘한 외풍이 등줄기 가득 쏟아진다
다시 잠을 청해본다
자야한다는 눌림으로
또 얼마나 많은 뒤척임을 해야 할까
요즘은 시가 써지지 않는다
그 가을 수북이 쌓였던 시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머리만 닿으면 잠 대신 쏟아지는 질기디질긴 상념들
때론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 줄의 자유로움도 용납하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요술을 부리는 베개만 신기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