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읽으며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 / 홍인숙(Grace)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
윤석언 님의 첫 시집을 전해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표지의 휠체어에 앉은 모습을 본 터라
지레 가슴부터 아려왔습니다.
그분은 미국에서 이십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가물대는 의식 하나만 갖고 십 년이 넘게 재활원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동생이 종이에 한글(자음, 모음) 글자판을 만들어 보여주며 하나씩 짚어 가면,
눈을 깜박이는 신호를 보내어 글자를 모아 시를 썼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눈물샘마저 다쳐 울 수도 없는 그분이 쓴 시집에는
정상인으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삶의 감사가 넘쳐흘렀습니다.
그분에 비하면 저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감사하는 삶을 보내고 싶습니다.
윤석언 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 * *
<짐을 꾸리며>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릴 수 있음은
아직 살았음이다
부르심 받는 날은
손가락마저
멎은 채
흙으로 스며들
떠난 후의
바람일 것을
그나마 있다면
의식 있는 이들의
생명바침 됨이라는
감사일 것을
떠날 힘 있음은
아직 희망이다.
<생명의 봄>
생명의 봄을
세워드린다
그렇게 한 때
살다가는 이들 보내며,
한생 음지에서
멍들어 울다가는 이들 보내며,
예쁜 싹으로 자라나
꽃향내 피워 올리며
스승으로 살아낸 분들을 헤어져
이러이 남으며,
십자가 세워드린다.
아직 비오는 밤인데
.......
별은 저만큼
높다라이 계시는데
그저 혼자이기 힘든 밤.-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세상이 항상 힘든 건 아니잖아요
모든 최선을 다해 보세요
그럼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을 거예요
그 고통이 전부터 있던 것은 아닐 거예요
그 고통은 잠시 머무는 것일 거예요
욕심을 줄여 보세요
고통도 그만큼 줄어들 거예요
당신이 잃은 것 보다
당신 모르게
더 많이 남아 있는게 있을 거예요
그것으로 감사하고
나중을 기약할 수 있음을 감사하세요.
시집 -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
저자 - 윤석언
출판 - 코람데오 컴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