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낚시여행 / 홍인숙(Grace)
아버지는 어디든지 나를 데리고 다니시기를 좋아하셨다.
도시의 아이가 자칫 메마른 정서에 젖어버릴까 염려하시어 바다와, 산, 고궁,
그리고 화랑이며, 음악회 등은 물론이고 철따라 복숭아밭, 포도밭에도 열심히 데리
고 가 주셨다.
그날도 나는 아버지와 낚시여행을 가는 설렘으로 미명을 가르며 달리는 차 속에서
졸린줄도 모르고 즐거워 하였다. 얕은 산자락이 보이는 저수지에 도착했을 땐 파란
물 위에 이른 햇살과 함께 안개가 스멀거리며 신선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느새 날렵한 솜씨로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우시더니 내 손에 쥐어주시고
는 낚시 찌가 움직이면 힘껏 당기라고 하셨다. 아침햇살이 보슬보슬 부셔져 내리는
물가에서 빨간 찌가 한들거리는 모습은 마치 꽃잎이 팔랑이며 춤을 추는 것 같아
지루한 줄도 몰랐다.
오랫동안 꽃잎은 물가를 맴돌더니 어느 순간 힘차게 솟구치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물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 틈에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힘껏 낚싯대를 당겨 올리셨다.
아~~ 그 가는 줄 끝에 매달린 은빛 물고기. 순식간에 땅바닥에 곤두박질한 물고기의
버둥거림을 보고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안 나는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그날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처음으로 아버지를 미워하였다.
지금도 나는 낚시가 왜 좋은 취미생활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끔찍한
고통을 바라보는 것이다. 바닷가 선착장의 아이들이 바다를 그저 삭막한 생존의 보고
(寶庫)로만 바라보고, 삶을 잇는 생계의 수단이라는 명분아래 물고기를 잡아내는
잔인성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다.
이제는 아버지가 많이 연로하셔서 함께 여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옛날의 추억으로 돌아가 자주 상상 속에서 아버지와 여행을 한다.
그리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날 밤 이불 속의 미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