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쟁 / 홍인숙(Grace)
시 쓰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으로 바쁜 날들
범람하는 홍수로 우체통을 부수고 돌격해오다
영혼의 보금자리까지 막무가내 습격해 오는 끈질긴 적
태평양너머에서 곤한 잠을 자는 시간
대적할 수 없는 그 고국의 낮 시간이 골든타임인가
아침이면 더욱 치열한 공격의 흔적
사십 년 타국생활에도 그리움 놓지 않았던 모국어를
쉴 새 없이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는
오늘도 얼굴 없는 적과의 싸움으로 고달픈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