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미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8
전체:
17,777

이달의 작가

동방예의지국?

2008.06.09 15:38

최향미 조회 수:609 추천:98

              

         얼마 전에 인터넷을 통해 ‘광우병에 대한 초등학생의 일기’란 제목의 사진을 보았다. 요즘 한국이 뒤집어질듯 요동을 치게 만들은 ‘광우병’에 대한 아이의 일기였다. 그것을 누군가가 그대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광우병소를 오늘부터 이명박이 수입한다고 했다’ 로 시작하는 일기는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새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게 잘못이다’ 라는 대목에서, 어린아이가 대통령을 이렇게 불러도 되는 것일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이의 일기 끝에 “이건 어떻게 알았니? TV로 본걸까? 대통령이 은하보다 못한 것 같네” 라고 써준 선생님의 답 글을 보자 그때는 정말 기가 막혔다.

        내가 떠나온 한국은 대체 어떤 나라인 것일까. 내가 기억하고, 내가 알고 있던 한국은 진짜 어떤 얼굴로 변해 있는 것일까. 혼란스럽다. 얼마 전까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놈현’ 이라는 호칭을 볼 때마다 수치감을 느꼈었다. 이제는 어린아이까지 일국의 대통령을 옆집 개 이름 부르듯 하고, 초등학생만도 못한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가 내 모국 한국인가. 비록 선생의 생각이 그렇다 치더라도 자라는 아이에게 선생이 해줄 말이 이것 밖에는 없었을까? 무엇을 위하고 바라는 교육일까.

        비록 나라의 힘은 아직 작아도 ‘동방예의지국’ 이라고,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자랑스러운 나라라고 내가 어릴 때 선생님에게서 그렇게 배우며 컸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제 아버지에게 ‘You!' 라거나 이름을 부르는 미국친구들을 보며 속으로 깔 본적이 있다. 위아래도 없는, 예의도 모르는 아이네...하며 말이다. 이제는 그들의 문화를 조금씩 이해하면서도  도덕 교육이 있고 호칭 속에서도 ’예의‘를 차리는, 내가 태어난 한국을 은근히 자랑하며 살았다. 그런데 혼란스럽다. 한 나라의 대표로 세워진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불리워져도 되는 건가. 무엇이 이렇게 동방예의지국을 흔들어 비워놓은 것일까. 그 어떤 상처와 아픔들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화가 치밀고 마음이 아프고, 그리고 슬프다.

        언젠가 가정 세미나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아버지, 남편... 존경 받을 만한 일을 해야만 존중 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중 받아야할 이름입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으니까요.” 비록 내가 인정하기 힘들어도, 내게 아린상처를 주었어도 꼭 그 존재만큼 존중해 주어야할 이름들이 많이 있다. 그것을 분별할 지혜가  필요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최향미 2008.06.16 738
» 동방예의지국? 최향미 2008.06.09 609
18 창포물에 씻어내고 최향미 2008.06.03 613
17 더 가깝게 최향미 2008.05.27 643
16 묵은 값 최향미 2008.05.20 668
15 콩나물국 최향미 2008.05.13 807
14 대통령 되기 싫어요 최향미 2008.05.08 668
13 예쁘쟎아 최향미 2007.10.15 929
12 눈망울 최향미 2007.09.17 806
11 시원하다 최향미 2007.09.18 967
10 할머니 최향미 2007.09.17 874
9 너도 나중에 새끼 낳아봐. 최향미 2007.08.31 1096
8 참 깨 최향미 2007.07.13 795
7 보라꽃 쟈카란타 최향미 2007.07.13 902
6 앙꼬없는 찐빵 최향미 2007.06.20 795
5 아끼니까요 최향미 2007.05.24 638
4 봄이 오는 골목 최향미 2007.02.19 790
3 짝사랑 최향미 2007.02.14 635
2 안질뱅이 꽃 (2) 최향미 2007.02.10 876
1 사랑하기에 좋은 계절 최향미 2007.02.05 764